사계절만 살아보면
제주의 여름은 활기차게 흘러가고 있다.
사계절 어디서든 여행객을 만나는 건 예삿일이지만, 특히나 여름엔 북새통을 이뤄 자연의 소리와 사람들의 소음이 오묘하게 섞여 귀에 들어왔다.
생각해 보면 오묘함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인파로 인해 어디서든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이야 있었지만 휑한 제주보다는 그게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살아가는 장소가 달라지니 sns에도 어느 순간부터 제주의 핫플레이스가 뜨기 시작했다.
'서우봉에 해바라기가 한창이라고? 이번 주말에는 거기다.'
불어오는 바람이 따뜻하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부터 마음이 몰캉몰캉 해 지기 시작한 제주생활이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나 하찮은 것들이라 귀엽기까지 한 것들이었다.
이상순(님) 카페에서 맛있다는 커피를 마시거나,
주말에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지인이 사고 싶었지만 사지 못 했다던 실팔찌를 대신 사 준다거나,
너무 더워 우연히 찾은 만장굴이 도민 무료입장이 가능했다는 그런것들.
내가 알던 카페와 샌드위치 가게가 빼곡한 건물 사이가 아닌 바다가 보이고 초록이 가득한 곳에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의 하나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토록 제주 삶을 꿈꾸는 걸까?'
추워서 잊고 있었던 나의 제주살이 로망이 지금이라는 시간 위에 현실로 놓여 있단 걸 알게 되었다.
꿈꾸지 않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일어나지 않았다면 바뀌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뀌고자 하는 바람이 없었다면 꿈꾸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하는 것.
그냥, 해 보는 것.
그런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