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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Aug 21. 2023

초록과 파랑을 좋아하시나요?

사계절만 살아보면

만약에로 시작되는 질문.


if.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불과 며 칠전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에 작은 아파트에 혼자서 일 년 조금 넘게 살았었다. 제주에선 더 작아진 오피스텔에 살게 되면서 불편한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제일 불편한 건 마음이었다.

마음이 마치 오래된 풍선처럼 탄력 없이 쪼그라들어 축 늘어졌다. 얼마 전 강남 아파트로 이사를 간 친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러려고?'

그다음에 미치는 생각은 어김없이 '이 나이에'였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보고 행동을 하는 편이지만, 나의 생각엔 디테일이 없는 게 항상 문제였다.


'그래, 로또만 돼 봐라.

제주에 집을 사야지!'

제주에 집을 사고 조금 더 여유가 된다면 서울에 세컨드 하우스가 있어도 좋겠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행복해졌다.

가지지 않았지만 곧 이루어질 꿈같았다.


제주는 큰 회사든 작든 회사든 창으로 보이는 뷰가 초록이거나 파랑이었다. 몇 십억 들여서 만들어 놓은 서울의 인조 잔디와는 격이 달랐다.

자연이 제주가 가진 특권이란 사실을 토박이들은 모를 것이다.

서울이 얼마나 갑갑한지. 건물 사이로 휘몰아치는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편리를 버리고 선택한 자연이었다.


여름 끝자락에 나무는 더욱 푸르렀고

불어오는 밤바람에 가을이 묻어있었다.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게 초록과 파랑이라면

일 년은 살아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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