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st E Oct 08. 2023

친구 1호

사계절만 살아보면

’두 달 전, 가을에 할 일(올레길 걷기)로 세워뒀어요.‘

라고 말했더니 '계획적으로 사시네요..‘라고 함께 걷던 직장동료가 말했다.


오늘을 위해서 두 달 전에 헬스장도 등록했는걸요?라는 말은 굳이 입 밖으로 뱉어내지 않았다.


(대화의) 적당함


계획적 인간형과 치밀하시네요? 는 종이 한 장 차이니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믿음이 쌓일 만큼의 시간적 워밍업은 어디서든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년 넘게 얼굴을 보고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밥메이트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시간을 함께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후로 친구가 된다면 제주에서 사귄 친구 1호였다.


올레길


나의 시간을 뱉어 낼 상대가 없어 마음속에 꾹꾹 담아뒀던 이야기들은 두 사람이 만나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첫 올레길의 풍경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의 역사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주 친구 1호가 생긴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9월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