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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Oct 19. 2023

바람이 분다, 마음의 방향이 바뀐다

사계절만 살아보면

자주 하늘을 본다.

제주라서가 아니라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고향에서도 사회생활을 했던 서울에서도 자주 하늘을 봤다.

어느 순간 생긴 버릇 같은 행동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본 하늘이 파랗고 하얗고 그러면, '어? 예쁘네.'라며 배시시 웃었다. 

'....... 네?....'를 외치고 싶을 때도 하늘을 봤다.

가령, 

'왜 이렇게 힘든데요, 네?'

'나만 멍청한가요, 네?'

'내가 잘 못 한건가요, 네?'

무언의 '네?'는 대부분이 이런 식의 의식 흐름을 따라갔다.


제주의 하늘은 넓은데 낮아 보였다. 그래서 차를 타고 수평선을 향해 달리다 보면 바다가 아닌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먼저 닿을 것만 같았다.

높은 건물이 없는 제주의 하늘은 서울 보다 더 넓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었다.

10월 중순일 뿐인데 밤바람이 싸늘하다. 

지금 난,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서 친한 척을 했더니 상대방이 '왜 이러세요?' 정색의 말을 하는 것처럼, 달떠 (제주에서) 조금 더 살아보고 싶다고 입방정을 떨었는데 밤바람이 '저 아세요?'라며 정색하여 무안해지는 기분이다.

초봄의 마음이 바람에 실려온다. 

살결에 느껴지는 그날의 차가운 바람이 '이쯤이야.'라는 경험의 익숙함이 아니라 다시 낯섦을 느끼게 했다.



서울로 올라갈까.

10월의 중순, 선택의 기로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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