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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E Nov 29. 2023

관점의 변화

사계절만 살아보면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제주의 나무는 주야장천 푸르다.

겨울에는 푸르스름했고 봄에는 푸르렀으며 여름에는 더할 나위 없이 푸르렀다. 이곳에서의 계절 변화는 나뭇잎 색 변화가 아닌 살갗에 닿는 바람의 차가움으로 판단하는 게 맞을 듯했다.


주말, 지난번에 한 차례 방문했던 적이 있는 곳을 내비에 찍고 출발했다. 분명히 갔던 곳이지만 가는 길은 처음 만나 낯설었다. 출발지가 달랐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주변을, 일어나는 해프닝을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능력 하나를 얻었다. 

'당연함'은 익숙함과 권태에 사이 어디쯤의 감정이라면 '당연하지 않음'은 새롭고 신선한쪽에 가까웠다. 간헐적으로 발동하는 능력이지만 그래도 서울에 살 때보다는 새롭고 신서하게 주변을 바라보는 빈도수가 많아진 게 사실이었다. 

제주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나의 마음은 제주에 장기 여행을 온 느낌이다. 느낌은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그건 아마도 '평생 동안 제주에 살 거야'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떠날 곳''끝이 있는 곳'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서울보단 아직까지 좋은 제주, 

나의 제주는 그렇게 진행 중이다.


불어오는 바람으로 살갗이 아려오면 여행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제주를 살게 될 테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얀 눈이 내리는 어느 날은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마시기' 같은 작고 귀여운 제주 라이프 버킷리스트를 다이어리에 적으며 꿈과 현실 그 사이를 살아본다.


제주의 첫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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