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주에 살게 되면서 4월 엄마 생신을 맞이하여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해 선물로 드리며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부모님을 초대했다. 지인들과 하는 계모임으로 이미 몇 차례 제주를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특별할 거 없는 여행지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냥.. 편하게 여행처럼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유채꽃도 보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으며 숲과 바다 냄새도 맡고.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가이드가 내려주는 관광지에 우르르 내렸다가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한 번 본 사람에게 시간에 늦어 아쉬운 말 하지 않게, 가고 싶은 곳들이 일정에 들어가 있지 않아 아쉬워하지 않게.
열심히 살아온 50년생의 부모님이 남들에게 그 정도의 대접은 받아도 된다 생각했고 받았으면 했다.
봄날 여행을 끝마치고 다시 김포로 올라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했다.
"12월에 한 번 내려와야겠다."라는 엄마의 말에, 제주에 찬 바람이 불어 갈 곳도 없고 아무것도 할거 없는 12월이냐고 물었다.
"귤도 따고...." 뒷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박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작은 꿈을 꾼다.
그래서 소박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미워하다가도 그 마음에서 이내 돌아서는 마음이다.
12월이 되니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12월이 되니 엄마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