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은 플랜 B를 만들어 놓자
어렴풋이 기억나는 시간의 잔상들이 있다.
오래된 화분이 사라져도 물을 마시며 자라던 화분의 자리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듯이,
모든 게 퇴색되어 빛바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감정만 오롯이 남는 조각들.
그날은 친구와 감정싸움이 있었던 날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사는 게 좋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우물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거야,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네가 뭔데 원하지 않는 것을 겪으라는 거야?'
그땐 어렸고... 어렸다...
그 친구의 말처럼 세상 큰 시련 없이 살았던 인생이었다.
인생은 예고 없이 뒤통수 치는 불운과 수 없이 일어나는 변수들로 가득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돌아보면 그런 것들에도 어떤 주기와 리듬이라는 것이 있는 듯도 했지만, 당장의 시련 앞에서 담담할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은 없었다.
평생 우물 안의 개구리고 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우물 안은 적어도 내일을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안전했으니깐.
그렇지 않다면 천천히, 조금씩, 높이 뛰는 법을 익히는 것도 방법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수많은 플랜 B가 우물밖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