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만 살아보면
비소식이 연일이더니 이런 일기예보는 빗나가는 일 없이 백발백중이다.
주말 중 하루는 봄날처럼 맑았으니 하루 정도는 비가 와도 그러려니 하는 게 제주의 삶이다.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와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주말에 뭐 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이미 정해진 답이다.
'.. 그냥 뭐.. 친구도 없고 집에 있는 거 아시잖아요?' 혹은 '육지에서 친구들이 내려와서...'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지인
제주의 사계절이 한 바퀴 돌기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 혹은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육지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내려왔었다. 낯선 이곳의 삶이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외로움의 틈이 벌어질 시간이 없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이었다.
비 내리는 주말, 이미 사계절이 한 바퀴 돌아 더 이상 새로운 계절을 느낄 필요가 없는 제주에 '봄이니 유채꽃을 보러 와야지?'라고 조를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더 오래 잘 머무르려면 외로움에 잠식되지 않을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야 했다.
돌아가는 길에 밤안개가 내렸다.
아홉 시도 되지 않은 제주의 밤엔 찾아볼 수 있는 불빛이 없었다.
도대체 제주의 밤 아홉 시는 어떤 시간일까.
머무름과 떠남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