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초등학교 때쯤이었던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여하튼 또래 아이들보다 난 순진한 편이었다.
(아니면 모지리였던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사촌오빠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신혼이라 불리던 때 이모댁에 신부랑 같이 인사차 왔던 적이 있었다. 만남이 잦은 이종 사촌 지간이 아니었던지라 옆집 오빠나 옆집 아저씨 보다 먼 느낌의 만남이었다. 이모집 옥상을 올라가던 차에 열린 창문틈으로 혈육(사촌오빠)이 여자랑 손을 잡는 모습을 보았고, 그 찰나 혈육도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어렸던 나는 민망함 보다 '어? 남자랑 여자랑 저래도 되나?' 하는 고민을 더 오랜 시간 했던 것 같다.
로맨스를 좋아하고, 로맨스 드라마와 영화의 덕후였지만 이게 실생활에 반영하지 못하는 모지리적 사건.
실제로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고, 남자와 여자가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남자와 여자가 만남을 가지고 하는 것들이 일상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 경험이라는 것도 세상에 호기심이 많지 않던 여중 여고를 나온 나에겐 자연스레 늦어졌다.
그 느낌은 한참이나 묘했다.
며 칠 전, 회사 직장동료가 결혼소식을 전했다.
배우자는 상상도 못 한(안 해 본) 사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사내연애였다. 시기적으로 회사 공간 안에서 피어난 사랑은 아닌 듯하였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터라 세상물정 다 아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렸던 초등학교 때의 그날처럼 하루 종일 기분이 묘했다.
‘저 사람이랑 저 사람이랑 손을 잡는다고?’
상상이 되지 않는 그림이었다.
회사 사람들끼리 이래도 되...ㄴ...ㅏㅇ..ㅛ?
정말?!
(아직도 모지리를 떼어내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