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나의 일기
며 칠 전(그러니깐 음.. 나흘 전)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수련을 위해 요가원으로 향했다.
평소와 같은 동작이라도 어느 날은 몸이 잘 움직이는 날이 있고(보통 요가원에서는 이런 걸 몸이 열렸다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어? 나 리셋되었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몸이 말을 안 듣는 날도 있다.
그러니깐 나흘 전,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해도 놀랍도록 몸이 잘 움직이는 날이었다.
보통 40 ~ 50분가량 기본적인 동작으로 몸을 풀고 그날의 포인트 되는 동작 하나를 한 뒤 할라아사나와 사바아사나를 하면 하루 요가가 끝난다.
그날 강사님의 시퀀스의 꽃은 머리서기(시르사아사나)였나 보다.
사오십분간 내 지방을 태우고 두 손을 맞잡아 깍지를 낀 후 바닥의 한 점에 손을 대고 정수리를 바닥으로 향하게 손깍지 안으로 집어넣어 몸이 시옷자가 되게 했다. 발의 보폭을 좁혀 발끝으로 서야 하는 지점쯤에 도달하면 코어 힘으로 두 발을 지면에서 띄우면 시르사아사나가 된다. 천천히 다리를 천장을 향해 올리면 시르사아사나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로 완성 된 동작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 난 시르사아사나를 하지 못 한다.
나의 발이 중력을 거스르는 일은 태어나서 나의 의지로는 결단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날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발끝이 시야에 아른아른거릴 때 엉덩이가 떴다. 아니 발이 떴다. 엉덩이는 원래 떠 있었지만 발이 뜨면서 마치 엉덩이가 뜬 느낌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의 신체 중 무엇인가가 떴다는 느낌만은 분명했다.
펼치지 못 한 다리는 2초를 견디다가 뒷구르기를 한 뒤 쿵하고 떨어졌다.
묘한 느낌
(그걸 무시했어야 했다)
강사님은 '힘이 남아 있으면 한 번 더 해 보세요. 깡이 있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평소에는 '어? 나 오늘 출근 할 힘은 남겨둬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기 일쑤인 말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다 시 한 번 도전했고 여전히 뒷구르기를 한 뒤 쿵하고 넘어지며 뚜두둑의 느낌이 왔다.
왼쪽 약지 손가락에 멍이 들고 붓기가 올라왔다.
주짓수 하다가 쇄골뼈가 부러진 직장 동료는 봤지만 요가하다가 손가락 골절은 좀 웃기지 않을까?
어느 지점에서 붓기는 가라앉고 영광적이지 못 한 멍의 상처를 남겼다.
내가 생각해도 실소가 나오는 상황이라 당분간 직장 동료에게는 책상 모서리에 박았다고 이야기하고, 아직 어린 조카들에게는 이모가 17대 1로 나쁜 사람들을 혼내줘서 생긴 상처라고 할 것이다.
요가 중독성 있다고 하더니 '그래 해 보자'라는 오기가 생겼다.
(주변에 이런 중독의 증상을 요친이_요가에 미친_라고 표현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