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실패를 실패되게 하는 것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20. 실패를 실패되게 하는 것


서른 살의 남자. 그는 자신의 삶 모두가 실패라고 여겼다. 중학교 때 왕따 당한 것도 인간관계의 실패며,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나빴던 것도 실패, 원하지 않은 대학에 간 것도 실패, 여자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것도 실패,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도 실패, 심지어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를 만난 것도 실패라고 생각했다. 일 년 전에는 자살하려고 약을 먹었으나 토하는 바람에 실패했고 최근엔 단단히 준비했는데도 못이 빠지는 바람에 실패했다.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는 사실에 그는 좌절하고 낙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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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취준생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결과를 보면 남보다 늘 뒤떨어집니다. 제 도전은 세상 물정 모르는 허상인 듯해요. 노력하기도 지치고, 열심히 해도 안 되네요.

살아남기에 너무 약하고, 열등하게 태어났나 봐요. 그러니까 태생부터 실패가 정해져 있는 인생인 거죠. 사람은 언젠간 죽으니까, 조금 더 일찍 죽는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고 봅니다. 죽는 순간은 고통스럽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고통을 한꺼번에 당겨서 받는 거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다 가질 수 없는 것처럼, 모두가 다 행복할 순 없습니다. 실패자에겐 언제나 실패가 있을 뿐. 수십 번 실패한 취준생에게 다시 도전하라는 건 격려가 아니라 욕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런 말은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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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상대어를 ‘성공’이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세상에서 그렇게 말하니까 일단은 성공하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해두자.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심지어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자해/자살하는 경우가 그렇다.

실패를 거듭하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의미를 잃으면 실존적 공허가 온다. 내적 공허다. 실패를 두려워하다 보면 쾌락, 성공 지향 활동, 일중독, 권위에 대한 도전, 물건 저장, 강박, 약물 사용, 과도한 행동 등으로 회피하기도 한다. 이런 시도는 결국 우울, 중독, 공격성을 가져온다.


실패와 상실이 있었음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사람이 있다. 그것들을 통해 뭔가 깨닫고 배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추구하는 일에서 실패는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실패라고 단정하지 말자. 실패라고 하는 순간 정말 실패가 된다. 실패라는 말 대신 자신만의 다른 언어를 찾았으면 좋겠다. 예컨대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는 중.” 같은.


유감스럽게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한다. 바람에 흔들려도 나무는 자란다. 오히려 거센 바람에 시달린 나무가 더 튼튼한 뿌리를 내린다. 우리도 흔들리면서 성장한다. 등짝을 맞으며 커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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