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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 Pul Feb 09. 2022

52. 미안하다, 젊은이여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52. 미안하다젊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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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알아요. 환경 탓만 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겠죠. 엄마 탓 하기보다요. 저도 스무 살 이후로 열심히 살았어요. 소득기준 안 걸리게 알바 하면서 핸드폰비, 교통비  감당하고 나면 밥은 꿈도 못 꾸고요. 화장품도 사야 하고 옷도 사야 하는데... 

 방학엔 조금 더 일해서 돈 모으면 남들은 여행가고 하는데 저는 그걸로 인터넷 강의 단과로라도 사서 듣고 공부했어요. 엄마한테는 스무 살 이후로 손 벌린 적 없고, 차마 돈 달라는 소리도 못 꺼냈어요. 

 뭘 하려면 돈부터 걱정해야 해요.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몰라요. 저는 왜 배우고 싶은 것도 배워보지 못하고 살아야하죠? 뭘 하려면 돈부터 벌고 남들보다 한참 늦게 배워야 해요. 항상 그렇게 한 발짝 늦죠. 그게 하나하나 모여서 경제적으로나 학업이 또래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어요.


 지금도 저는 남 탓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도 많이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죽을 때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는 말은 들을 줄 알았는데 쓸모없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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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하소연을 한다. 공정을 말하지만, 공정 이전에 공정까지 가는 스타트 라인에 서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처지. 

 숨을 쉰다고 사는 건 아니다. 숨만 쉬어서는 사는 게 아니다. 꿈을 말하지만 꿈이라는 단어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지는 현실.


 언젠가 원룸을 여러 군데 돌아본 적이 있다. 고시원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는 공간. 한 사람이 누울 자리를 빼면 몸을 자유스럽게 움직이기도 어려운 곳. 그러면서도 알바로 감당하기 힘든 비용. 들어서자마자 숨 쉬기조차 버거운 곳에서 머물게 하면서 ‘꿈을 꿔라’ ‘비전을 가져라’ 하는 것이 얼마나 미안한 일인지 얼굴이 다 뜨끈해질 정도였다.                


 그래, 환경 탓만 하지 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자. 그리하여 이룬 성취가 더욱 값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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