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방류된 적막은 서둘러 밤의 기류에 편승하고
향방을 정하지 못한 발길들만 출구에 고였다.
느릿느릿 불평하며 걷히는 그림자
차라리 소란을 택한 창문의 시선은 밖으로만 향하고
냉담한 마음은 발 끝에서 전염된다
개수대의 그릇들은 고지를 꿈꾸다 뒤엉켜 전복하고
남은 음식의 사후는 바싹 타들어 가는 모양새
꿀꺽대며 해갈하는 마른 화장실 소리에
터진 시간이 서둘러 흐른다
오브제로 완전한 고장 난 티브이와
짓눌려 가쁜 숨을 새근대는 옷 더미,
찬기와의 사투 끝에 무릎 꿇은 이불
그 가운데 놓는 나의 형상
같은 페이지에 유폐된 책들과 나란히
이야기들은 지워지고
모든 종류의 껍데기는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폐기를 고대한다
쌓인 쿰쿰함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