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동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풍뎅이 시인 Apr 24. 2019

귀가

귀가의 모양은

귀가

                     

                                                   


방류된 적막은 서둘러 밤의 기류에 편승하고

향방을 정하지 못한 발길들만 출구에 고였다.

느릿느릿 불평하며 걷히는 그림자

차라리 소란을 택한 창문의 시선은 밖으로만 향하고

냉담한 마음은 발 끝에서 전염된다

개수대의 그릇들은 고지를 꿈꾸다 뒤엉켜 전복하고

남은 음식의 사후는 바싹 타들어 가는 모양새

꿀꺽대며 해갈하는 마른 화장실 소리에

터진 시간이 서둘러 흐른다

오브제로 완전한 고장 난 티브이와

짓눌려 가쁜 숨을 새근대는 옷 더미,

찬기와의 사투 끝에 무릎 꿇은 이불

그 가운데 놓는 나의 형상

같은 페이지에 유폐된 책들과 나란히

이야기들은 지워지고

모든 종류의 껍데기는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폐기를 고대한다

쌓인 쿰쿰함이 스민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미친 봄이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