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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풍뎅이 시인 Nov 06. 2023

무거운 짐 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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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궁금해진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예순이 넘은 엄마는 여전히 서울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엄마는 출퇴근길이나 점심의 짧은 산책 중에 마주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나와 동생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 보내오고, 우리는 그날의 점심 메뉴 같은 것을 찍어 엄마의 사진에 답을 하는 것으로 안부인사를 갈음하곤 한다. 그동안은 엄마의 사진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한 장의 사진을 받고 나는 엄마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기름때에 절은 듯한 가방에는 대체 얼마나 무거운 것이 든 것인지, 곧 흘러내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가방끈은 남자의 어깨살을 파고들 것만 같다. 그는 앞으로 목을 주욱 빼어보는 것으로 자신을 바닥으로 잡아끄는 무게에 저항하며 전진에 힘을 보태어 보지만, 자세히 보면 앞쪽으로도 그만한 가방이 또 하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손에 들린 4개의 가방의 무게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엄마의 회사 근처에는 도매시장이 많아 처음에는 이것이 상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겉옷, 까맣게 그을린 피부, 조화롭지 못한 구두, 이렇게나 많은 짐을 온몸에 싣고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남자의 처지를 생각하여 볼 때 엄마가 카메라에 담은 것은 노숙인의 뒷모습임을 곧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사진이 계속 눈에 밟혔다. (아마도) 여섯 개의 가방은 그의 세간살이로 가득 찼을 것이다. 사계절의 의복, 식기, 이불, 운동화, 아무 곳에나 펼칠 자리, 휴지, 수건, 비누 같은, 거리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마음대로 상정하여 본다. 어디에 가든 모든 생활을 소지하여야 하는 그의 고된 삶을 감히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는 그가 한 채의 충만한 집처럼 보였다.


엄마도 아마 그래서 사진을 남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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