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비밀을 하나 아는 것 같아

by 왕풍뎅이 시인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세상의 비밀을 한 가지 나름 일찍 알게 된 것 같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황혼의 끝자락에서, 혹은 죽을 정도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깨달음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삶의 전부라는 것이다. 당신은 아마 나도 알아,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진짜로 안다. 그것이 정말 인생의 전부라는 것을.

어떤 장막이 걷힌 것처럼 지난 시간들이 눈앞에 촤르르 펼쳐졌고 나는 내가 그 모든 시간을 잘못 살아왔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아무런 고찰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감정이 아니라 영혼의 감정이었다. 잘못된 사람들을 붙잡고 잘못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속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고 헛되었다.


나름 가깝게 지내던 친구를 7년 만에 만났다. 코로나 직전에 만나고는 그렇게 모든 것의 공백기가 왔고, 나는 그 사이 바뀌었다. 항상 먼저 연락하던 나였는데, 이상하게 연락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먼저 연락에 이르렀다는 친구에게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덤덤히 말하면서, 나는 아마 그 후로 많이 바뀐 것 같아, 라고만 말했다.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


물론 세상의 비밀을 하나 안다고 삶이 많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사람들을 붙잡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내가 알게 된 것들을 가끔은 잊기도 한다. 맨날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도 아니다. 계속 싸운다. 하지만 세상에 중요한 많은 것들이 나에게는 의미가 없어졌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가장 줄었다.


일 년 동안 엄마의 곁을 떠나야 하는 결정을 하고서, 이 비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더 배우고, 더 멋져 보이는 삶을 사는 것이 엄마와 함께 소소하게 보내는 시간보다 결코 더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떠나는 것이 맞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막상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니 엄마와의 짧은 만남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막 사무친다. 결국 모든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위한 여정이라는 생각도 들고.


세상의 비밀을 알아도 그렇게만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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