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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Nov 02. 2021

3개월에 한 번씩 맛보는 출간의 기쁨

매일 쓰게 해 준 맘스 다이어리, 고맙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출간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는 고마운 곳이 있다. 그건 바로 '맘스다이어'라는 사이트다. 중간에 남양유업에서 운영하는 곳이나 스냅스 같은 공간에 머문 적도 있으나 진짜 책에 버금가는 하드커버 일기장의 질을 보고 맘스다이어리가 정말 최고라 여겼다.


 첫째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넷째 아이가 네 살이 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꾸준히 쓰고 있다. 아이가 한 명, 두 명 늘어날 때마다 일기장의 제목도 바뀌었다. 처음 첫째가 뱃속에 생겼을 때 이 사이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첫째 임신한 기쁘고 신기한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민아의 성장일기'에서 시작해 지금은 '민아민혁민유민찬의 성장스토리'가 되었다. 제목에 기입할 글자 수가 너무 많아 아이들 이름을 띄어 써서도 안 되는 상황. 제목 안에 꽉 들어찬 아이들 이름만큼 아이들이 늘어갈수록 페이지마다 네 명의 아이들의 지지고 볶는 장면이 포착되어 실려있다. 그 와중에 간간이 엄마 노릇에 대한 푸념이 섞여있기도 하다. 일기장은 내 육아의 모든 흔적을 담고 있다. 아가 낳고 나서도 그 생생한 감동의 시간을 얼른 글에 담아야 된다며 일기부터 썼다. 젖이 차 올라 딱딱하게 굳어가는 젖몸살의 추억도 모두 일기장에 담겨 있다. 일기장은 묘한 매력을 지닌 물건이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사진과 글이 함께 그 당시 그 생생한 현장에 서게 하는 마법을 부리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되살린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면 무료로 출판해 준다. 조금 부지런을 떨면 100일마다 아이들 일상과 엄마의 삶이 담긴 한 권의 책이 내게 배달되는 것이다. 무료출판을 위해 100일 동안 빼놓지 않으려는 노력은 10년 이란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고 그 100일에 100일들이 모아지면서 삶의 흔적들이 늘어가고 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쓸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전부터 나만의 안전지대가 되어 주고 매일 쓰게 했던 맘스 다이어리가 어쩌면 내 삶의 글쓰기 씨앗이 되어준 듯하다.


1일부터 시작해 100일이 차면

"축하드립니다. 무료 출판이 가능하십니다."라는 축하 인사까지 받으며 나의 일기 편집이 시작된다. 일기를 편집하며 지난 3개월의 시간을 복기한다. 사진을 보고 그간 써놓은 일기를 다시 읽어보며 그 시간 속을 걸어본다. 역시 쓰길 잘했고 사진을 찍길 잘했지 싶다.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남은 우리의 추억들이 앞으로 살아갈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리라 믿는다.


첫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쓰기 시작한 이 일기는 넷째 아이가 네 살이 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할 것이다. 3개월마다 누리는 이 출간의 기쁨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에, 다 자란 우리 아이들이 이 일기장을 펼치고 누릴 그 감동과 행복을 기어이 보고 싶기에 난 기꺼이 매일 사진을 찍고 글을 쓸 것이다.


이번 일기장엔 평소보다 더 공을 들였다. 플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쓰면서도 마치 진짜 나만의 책을 출간한다는 생각으로 문장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냈다. 3개월의 매일매일의 일기를 다시 한번 읽으며 오탈자 수정에도 열을 올렸다. 오탈자도 수정하고 문구도 고치고 있으니 정말 한 권의 책을 탈고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게 정성을 들였더니 다른 때보다 책이 더 많이 기다려졌다. 여러 날 손꼽아 기다렸다. 온라인상에서 내가 편집해 놓은 글들이 어서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손에 도착하길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주문 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내 글의 편집이 끝났다. 그날, 하필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가 있는데 드디어 맘스북이 도착했다는 알림 문자가 왔다. 지인을 만나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머릿속은 일기장 생각뿐이다. 어서 집으로 달려가서 일기장을 품에 안고 싶었다. 온라인 상에서만 보던 내 글들을 어서 책 속에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풍선처럼 점점 커져 이제 터질 지경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열고 일기장을 품에 안았다. 표지부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떨리고 설렌다.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집에 들어설 때마다 "민아야, 엄마가 일기장 만들었어. 얼른 봐봐. 어때 정말 멋지지? 봐봐 이 날 이런  일 있었는데 생각나?" 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그 호들갑은 정확하게 남편에게까지 다섯 번을 떨어야 끝이 났다. 그리고 그 호들갑은 매일 밤 반복됐다. 잠들기 전 수면 행사처럼. 다음 일기장이 편집되어 우리 집에 안길 때까지 이 일기장을 향한 유난스러운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사진과 글에 담긴 그날의 추억이 살아나 내게 온다. 엄마로만 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나도 나는 아무것도 한 것 없는 것만 같았는데 책 속에 담긴 글들이 그 시간들에 의미를 더해준다.

밥도 짓고 삶도 짓다


페이지마다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페이지마다 유영하는 활자들 속에서 짧은 시간만에 빠르게 적어 내려가던 단상의 흔적들 속에서,

휘청대고 뒤척이던 애씀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어떻게든 매일, 뭐라도 쓰게 해 주는 맘스다어리가 고된 육아의 터널을 지나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만의 귀한 책이 한 권 한 권 늘어 책꽂이 한 칸을 가득 채웠다. 책이 더해질수록 성취감도 커진다.


매일 쓰던 작은 행동들에 시간이 더해지자 작품은 늘어간다. 3개월에 1권. 1년이면 3권. 10년이면 30권. 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글을 쓰고 책을 얻게 될까 생각하니 엄마로서 한없이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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