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210923

그때 거기 프로젝트

by 강이람


제주도 20210923


J는 누구라도 좋아한다. 그러니까 “나 J 정말 좋아하지”라는 말로는 진정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매년 J에게 갑니다, 정도도 약하다. 그래서 나는 J에 투자했다. 언제든 가면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곳이자, 내가 가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 수익까지 낼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수익이라고 해도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건물이 다 지어지면 매달 얼마의 돈이 착착 들어온다고 하니 그저 신이 났다. J와 나는 몇 천만 원으로 단단히 묶여진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몇 달이 지나고, 투자처에서는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입주일과 수익에 대한 지연을 통보했고, 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계약 파기 요청을 내용 증명으로 보냈다. 그쪽 본부장에게 전화가 와서 1시간을 넘게 그들의 J에서의 사업의 잠재력을 설득했다. 나는 밤새 갈등을 하다, 그래 믿어보자 하고 나의 내용 증명을 파기했다.


그 사이 투자처 옆에는 중국의 큰 헬스케어 단지가 들어온다고도 하고 제2 공항이 생긴다는 얘기도 있었다. 중국이라고 하면 질색을 하는 나였지만, 그래 중국이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뭐~라고 생각했다. 제2공항도 J의 인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속으로 땅값도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또 몇 달이 지나는 동안에도 프로젝트 진행이 삐걱대자 나처럼 투자를 한 사람들이 밴드를 만들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건 사기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대표와 본부장에 대한 신상이 털렸고, 건축 허가 관련 착오가 있다는 사실부터, 자칫하면 투자한 우리 모두가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주 복잡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는 그곳을 집으로 이용할 수도, 손님을 받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모든 투자자의 동의와 비용이 들었다. 대표와 본부장은 잠적했다.


그때부터 나는 생전 처음 변호사를 선임하고, 증거를 모으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유는 달랐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번 J를 오게 가게 되었다. 공항에 도착할 때마다 마음이 먹먹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나는 연애를 원했는데 왜 고소를 하고 있나. 법적, 행정 절차를 쳐내느라 당일치기로 J를 만나고 간 적도 있고, 그럴 땐 밥도 안 먹혀 내내 굶다가 서울에 도착해서야 밥을 먹기도 했다. 투자자들끼리도 파가 갈려 서로 욕설을 하며 물어뜯기 일쑤였고, 관리를 하지 않은 그곳은 폐가처럼 급속도로 늙어갔다.


J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J를 보러 갈 때마다 괴로운 시간이 몇 년 지속되었다. 대표는 결국 구속되었지만 변호사 선임비부터 각종 세금과 관리비 등 예상하지 못한 부담은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 나를 괴롭혔고, 나는 이제 그만 J와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좋아해서 잘해보려고 한 건데, 잘 되기는커녕 영영 정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 즈음 비자림 숲이 머리 뜯기듯이 무분별하게 뜯겨져 나가는 마음 아픈 사진과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강정마을도 그랬고,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도 그렇고, 2공항 개발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도 J가 좋다고 하는 일이었겠지만, J에게 정말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J에 투자한 이후로 나는 그런 것들이 눈이 멀어 버린 듯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자기가 좋아하기 편한 방식으로 사랑한다면 결국 사랑스러운 J의 모습은 사라지고 변형될 것이다. 상대가 좋아졌던 원래 그 자체를 지켜주는 방식이어야 그 사랑스러운 상대가 지속된다는 것을 배웠다. J가 아프다는 크고 작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탓인 것만 같아 가시에 콕콕 찔리는 기분이었다.


올해 초, 결국 몇 번 써보지도 못한 그 작은 공간은(어느 정도 재정비가 되면서) J가 꼭 필요하고 건강하게 사랑하는 작가 지망생에게 넘겼다. 투자금의 반 밖에 회수하지 못했지만 고민하지 않았다. 욕심과 이기심으로 얼룩진 J에 대한 내 지난 과오를 빨리 청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매를 마무리 짓고 이틀 정도 혼자 여행을 했다. 그곳에서 해결해야 할 행정적 법적 절차가 없어지자 위미항과 1131도로와 물영아리오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손해를 본 몇 천만원을 그 이틀 간의 여행 경비라고 생각하니 아깝지 않았다.


다시 제주를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된 값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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