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거기 프로젝트
영화관 20210816
(이 대화가 #다큐 일지 # SF일지 #호러 일지는 수십 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 엄마, ‘영화관’은 –관으로 끝나니까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영화를 보려고 가는 곳이에요?
- 응, 그렇지.
- 그럼 사람들이 다 모여서 영화를 보는 거예요?
- 응, 맞아. 100명 넘게 모르는 사람끼리 다 모여서 영화를 보는 거야.
- 끄아악! 정말요?
- 응, 표를 사면 정해진 자리가 있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주욱 앉아서 다 같이 봤지.
- 도대체 왜요? 미술작품이나 유물은 집에서 볼 수 없으니까 가는 거지만, 영화는 집에서 볼 수 있잖아요?
- 음, 맞아. 그렇지.
- 그럼 너무 위험하잖아요. 모르는 사람이 바로 옆에 2시간 넘게 앉아 있는 거예요?
- 응, 팝콘이랑 콜라랑 핫도그랑, 그 뭐더라? 그래! 나초도 먹으면서 영화를 봤지.
- 으악, 그럼 마스크는요?
- 으응, 예전에는 마스크를 전혀 쓰지 않고 살던 때가 있었어. 그때는 그렇게 모여서 영화를 봤어.
- 누가 전염병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다닥다닥 모여 있으면 찝찝하지 않아요?
- 전혀! 다 같이 모여서 보면 더 재미가 있어.
- 잉? 영화는 거기서 보나, 집에서 보나 똑같은 내용이잖아요.
- 아냐, 달라, 달라! 영화관은, 영화관은… 대개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거든. 자리에 앉았는데 상대방이 팔걸이를 걷으면 그게 신호야. 서로 좋아하는 게 통했다는. 집에는 그런 마음을 슬쩍 알 수 있는 팔걸이가 없잖아. (그게 얼마나 설레는데!)
- 응? 통한다고?
- 아니야. 여하튼 거긴 엄청 큰 화면에서 광고가 나와. 집에서 보던 광고인데도 영화관에서 보면 색다르게 느껴져. 그러다 영화가 시작되면 불이 꺼져. 집에서 불 끄는 거랑 달라. 왜냐면 불이 꺼지면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 까매져. 그럼 그때는 영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야.
- 완전히? 막 가상 세계로 들어가는 그런 거?
-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긴 해. 집에서는 영화 보다가 핸드폰도 하고 딴짓도 하고 그러잖아. 영화관에서는 그러지 않아. 어둠 속에서 오직 영화 장면만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에,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거든.
- 모두 다?
- 음, 아니. 자는 사람도 있긴 해. 사실 엄마도 잔 적이 있는데 그것도 좋아. 아주 푹 잘 수 있어. 푹신한 쿠션에 머리를 대고 자도 아무도 머라고 안 해. 어두워서 잘 안 보이거든. 그리고 영화관에서 자는 잠은 뭐랄까, 8천 원짜리 잠이기 때문에 더 값진 느낌이 있지.
- 아, 그래? 그래도 난 잘 모르겠어, 뭐가 좋은지.
- 영화가 끝나고 밖에 나오면 멍~ 한 기분이 들거든. 그때의 기분도 좋아. 엄마의 뇌가 재빠르게 영화관이라는 큰 상자 속에서 방금 일어난 일과 실제 엄마의 일상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부산스럽게 정리하는 그 느낌. 마음 한 쪽에 크고 진한 조각 케이크가 들어앉는 그런 느낌이거든. 집에서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잖아. 집에서 본 영화는 그냥 사탕 한 알을 먹은 느낌 정도지.
- 조각 케이크가 더 좋긴 하네.
- 맞아. 영화관은 그런 곳이야. 그런 곳이었어.
- 나는 이제 영영 영화관이라는 곳은 못 가는 거야?
- 글쎄. 처음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는, 엄마도 이게 영원할 줄 몰랐었지. 너무 많은 게 사라졌어.
- 엄마, 그럼 또 말해봐요. 마스크가 없던 옛날에는 또 뭐가 있었어?
- 으응, 엄마가 천천히 생각해 보고 말해줄게. 우리 이제 잠깐 나가서 걷자. 마스크 챙겨.
- 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