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모차르트 레퀴엠
1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서울시향의 정기 연주회가 있었다. 지난 12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자가격리 문제로 부지휘자가 연주를 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가 자가격리 면제를 받아 정상적으로 지휘를 할 수 있게 됐다.
프로그램은 독특했다. 1부에서는 에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라는 작곡가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 토루 다케미츠라는 작곡가의 ‘현을 위한 레퀴엠’이 연주됐다. 뒤이어 2부에서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연주됐다. 레퀴엠만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에 던져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코로나19에 고통받고,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겠다는 것이었다.
1부에서 올려진 곡들은 1950년대에 작곡된 곡으로 현대음악 혹은 20세기 음악들이었다.
라우타바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은 금관악기로만 이뤄진 곡으로, 작곡가는 이 곡을 2차 세계 대전 기간 중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바치는 매우 개인적인 의미를 가진 작품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다케미츠의 ‘현을 위한 레퀴엠’은 추측하신 것처럼 현악기만으로 이뤄진 곡으로, 2차대전에서 사람들을 잃은 것에 대한 기도를 나타낸 작품이라고 한다.
저들에게 암흑기는 2차대전이었고, 저들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곡을 감상하는 동안 우리들의 암흑기인 팬데믹이라는 상황을 저들의 상황과 연관 지어 보려 했으나, 2차대전이라는 저들의 상황에 더욱 몰입을 하게 됐다.
국제 정세를 생각해 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 국가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그런 상황이고, 또 여기서 고립되어 있는 우크라이나는 이를 대비하겠다며 군사훈련을 진행 중이다. 나는 곡을 감상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민방위 훈련을 하고 있는 어떤 한 장의 사진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정세는 또 어떠한가? 그놈의 미사일이 또 문제를 일으킨다. 여기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는데 자칫 논란의 장이 될 수 있으므로, 별도로 그 생각을 공유하지는 않겠다만 하여간 곡을 감상하는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게 1부 연주가 마무리됐다.
2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다. 모차르트가 채 완성하지 못한 그 레퀴엠 말이다. 보통 때와는 달리 이번엔 로버트 레빈의 판본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레빈은 우리들에게 피아니스트로도 알려져 있지만, 작곡가이자 음악 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에 모차르트의 “아멘 푸가” 미완성 악보가 발견되었는데, 레빈은 이를 레퀴엠에 삽입하고, 일부 개정하여 1993년에 완성을 하였다.
이는 여섯 부분으로 나눠진 부속가(sequentia) 중 눈물의 날(Lacrimosa)에 이어 아멘 푸가를 추가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음반으로는 마틴 팔먼 & 보스턴 바로크가 있나 보더라.
아직까지 초보 감상자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이 짧은 설명에도 오류가 있는지 모르겠다만, 하여간 그렇게 알고 음악을 들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네 공연은 관악주자를 제외하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이라도 올리는 날에는 네 명의 솔리스트인 주요 성악가들은 마스크를 벗고 노래를 했지만, 합창단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한술 더 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명의 트럼펫 주자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대기를 해야 할 때, 마스크를 지속적으로 착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네 명의 솔리스트들은 노래를 하지 않고 좌석에 착석해 있을 때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이었을까?
이쯤에서 가까운 과거를 되짚어 본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소프라노 임선혜씨가 리허설 참석 전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양성 판정을 받아 소프라노 서선영씨로 변경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시대상인가?
강석우씨는 3차 백신 접종 후 시력저하의 이유로 아름다운 당신에게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당국에선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런 전체적인 흐름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운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떠했나? 연주를 듣고 곧바로 귀성길에 오르겠다며, 오전 오후 나눠서 자가 진단 키트로 코를 두 번이나 쑤셨다.
동시간대 최대 확진자 수에 관한 뉴스 속보, 귀성길을 주저하는 사람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이들의 이야기…
이 모든 시대상에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이렇게 저렇게 떠나가 버린 이들과 남은 이들을 위하여.
더 형용할 수 없는 안식에 대하여…
마스크를 착용한 합창단원들의 소리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고, 더 다듬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오케스트라의 연주들(상투스 포함)이 함께 자리했다. 거기다 레퀴엠만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에 객석에서 박수를 반드시 쳐야 했던 것일까 싶기도 했던 부분들도 있었기에 개인적으론 아쉬움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예술의전당 출입문 밖으로 나서는 그 순간 이런 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검은색으로 물든 이런 시대상에서 우린 공연을 통해 던져진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이 있었음에도 유독 아멘 푸가 전후로 귀를 기울였는데, 그것이 레빈 판본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마 이러한 메시지가 유독 가슴속에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오니 그들을 어여삐 여기소서, 주여 자비로운 주 예수여
저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아멘!’
-번역 출처: 노승림 월간 SPO 편집위원.음악 칼럼니스트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 혹독하고 추운 겨울이, 암흑기가 어서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 이미지 출처:
-서울시향 공연 포스터
https://www.seoulphil.or.kr/perf/view?perfNo=4651&calendarDate=2022/01/30&langCd=ko&menuFlag=MFLG0001=
-우크라이나 민방위 훈련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10313540003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