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도 다섯 표나 받았어."
매년 반장 선거에 나갔다.
아마도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학기마다 새로 뽑았던 적도 있으니 초등학교 시절에만 대략 열 번은 출마를 한 셈이다.
어렸던 내게 감투 욕심이 있었던가. 한 명의 학생이 되기엔 무언가 특별해지고 싶고 부반장에 지원하기엔 왠지 모양이 어설퍼 보여서? 최초의 동기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냥 그 자리가 멋있어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였을 거라 생각한다.
매년 손을 들어 나 자신을 후보로 추천했고, 매번 새로운 연설을 준비했다. 초등학생의 연설이란 게 크게 대단하진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늘 고민했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차례가 다가올 때까지 몇 번이나 속으로 연습해보는 나와 달리, 다른 친구들의 연설은 대부분 짧고도 간단했다. 반장이 되면 간식을 쏘겠다는 후보들이 언제나 등장했다. 나는 저렇게 성의 없는 연설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돈으로 표를 사지는 않을 거라고, 내 얘기를 해서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날은 엄마가 보던 TV 홈쇼핑 프로그램의 쇼호스트 말투로 나를 소개했고, 어떤 날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간 공약을 외치며 호소했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면 내 이름은 뜨문뜨문 등장할 뿐, 칠판에 마지막까지 남는 건 항상 “롯데리아” 한 마디를 외치고 들어간 친구의 이름이었다.
왜 나를 몰라보지? 애들은 어떤 사람이 반장이 돼야 하는지는 관심도 없나 봐. 그럼 내가 아니더라도 쟤를 뽑진 않았을 텐데.
그 뻔한 불고기 버거 세트의 유혹에 환호하는 친구들이 왠지 얄미웠다. 사실은 내 방법이 잘못된 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엄마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미리 부탁이나 해볼 걸. 내가 반장이 되면 우리 반에 간식을 시켜줄 수 있냐고. 그러다가도 곧, 그렇게 반장이 되면 하나도 기쁘지 않을 거야 하며 집으로 향했다.
엄마 이번엔 ○○이가 반장이 됐어. 나는 그래도 다섯 표나 받았어. 대수롭지 않은 듯 결과를 말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쉽겠다는 엄마의 말에 의젓하게 괜찮다고 말했다.
물론, 퇴근할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눈물을 찔끔 흘리긴 했다.
TMI 한 스푼
모든 아이들이 롯데리아를 콕 짚어 얘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방 소도시여서 패스트푸드점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메뉴의 경우 사실 내 고향에선 불고기 버거 세트보다 불갈비 버거 세트가 대세였다. 몇 백 원 차이로 왠지 더 크고 맛나 보여서 부동의 1위였던 기억. 지금은 단종되었다.
커버 이미지 출처: flatic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