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을 당해버린 도시에서
나는야 유튜브 뜬뜬의 초창기 구독자! 유재석의 '떠들어재낌'을 워낙 좋아하기에 뜬뜬 채널이 열리자마자 구독해 핑계고의 계원으로 올라오는 뜬뜬 콘텐츠는 웬만하면 다 챙겨보는 편이다. 요즘은 '핑계고'의 스핀오프 콘텐츠인 <풍향고2>가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이다. <풍향고2> 멤버들처럼 오스트리아에사의 나의 첫 도시도 비엔나였는데, 풍경을 보니까 추억이 몽글몽글 올라와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래서 아직 써야 하는 케냐 항해일지가 남아있지만, 풍향이 불어오는 대로 가보는(?) 오스트리아 항해일지. 그 시작은 바로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
체코 프라하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무사히 도착한 오스트리아 비엔나. 짐을 놓고 비엔나에서의 첫 번째 장소로 찾아간 곳은 바로 쇤부른 궁전 (Schloss Schönbrunn). '아름다운 샘'이라는 뜻을 가진 쇤부른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이었던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인 쇤브룬 궁전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린 시절을 보내고, 6살의 모차르트가 연주를 한 곳이며, 나폴레옹이 프랑스 전시사령부로 사용하기도 하고, '씨씨'라는 애칭으로 불린 엘리자벳 황후가 살았던 엄청난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비엔나의 유명한 관광명소답게 관광객이 많아서 궁전 내부 투어를 위해서 기다려야만 했는데, 그 시간을 놓칠 수 없는 여행자는 먼저 쇤브룬 궁전의 정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좌우대칭으로 이루어져 잘 가꿔져 있는 화단이 있는 쇤부른 궁전 정원은 사진에 한 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 덕분에 엄청나게 걷기 운동을 해야만 했다. 길마다 서있는 조각상과 분수대들을 열심히 구경하며 궁전의 반대편에 위치한 글로리에테로 향했다. 글로리에테는 1747년 프러시아를 물리친 기념으로 세워진 그리스 신전양식의 건물로, 쇤브룬 궁전 정원과 비엔나의 풍경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현재 글로리에테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역사가 담긴 건축물에 커피라니 왠지 럭셔리 해 보이는 비엔나 사람들(?).
시간이 다되어 다시 쇤부른 궁전으로 돌아와 내부 구경을 시작했다. 반가운 한국어 오디오와 함께 구경하는 쇤브룬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아쉽지만 눈으로 열심히 담아야 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쇤브룬 궁전에 갔을 당시에는 1,441개의 방 중에서 45개만이 공개되었었는데, 45개의 방들도 많은데 1,441개를 도대체 무슨 용도로 썼을까 궁금했다. 쇤브룬 궁전 하면 엘리자벳 황후가 지냈던 곳으로 유명한데, 구경하는 내내 뮤지컬 <엘리자벳>을 떠올린 나는야 뮤지컬 덕후. 쇤부른 궁전 내부 투어가 끝난 후, 마지막으로 기념품 샵에서 엘리자벳 황후의 초상화 엽서를 사는 것으로 구경을 마무리했다.
세상 바쁘디 바쁜 여행자는 쇤브룬 궁전 구경을 마친 후 바로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가자마자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로 비엔나의 명물 슈테판 대성당 (Stephansdom). '빈의 혼'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엔나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슈테판 성당은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곳이라고 한다. 매년 12월 31일,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슈테판 대성당 광장에 모여 새해를 맞는다고 한다. 로마네스크 및 고딕 양식인 슈테판 성당은 모자이크 지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타일의 수가 무려 23만 개나 된다고 한다. 너무 거대해서 이쪽에 가서 한 장 찍고, 저 쪽에 가서 한 장 찍고 열심히 담아본 거대한 슈테판 성당의 지붕.
슈테판 성당은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인데, 나에게 있어 이런 고딕양식은 대체적으로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성당의 지하에는 유골들이 모여있는 지하묘지 카타콤이 있다고 하는데, 혼자 그런 장소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기에 성당 내부만 둘러보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풍향고2>에서 슈테판 성당 첨탑에 올라가는 것을 보니 그때의 나는 왜 모르고 그냥 나왔는가 아쉬움 한가득. 그렇게 슈테판 성당을 둘러본 후 케른트너 거리를 걸으며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초콜릿인 '모차르트 쿠겔'도 맛보고 기념품도 구경하다 이른 저녁으로 슈니첼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내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세운 작은 철칙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한 끼는 여행하는 나라의 유명한 음식을 맛보는 것. 그렇게 선택된 오늘의 메뉴는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돈가스와 같은 커틀릿 요리인 슈니첼 (Schnitzel).
내가 간 곳은 슈니첼 맛집 Schnitzelwirt. 정통 오스트리아식 비엔나 슈니첼을 주문하니 슈니첼과 함께 샐러드가 나왔는데, 이 샐러드가 완전 맛도리였다(?). 새콤달콤한 맛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슈니첼의 맛을 잡아줬고, 특히 샐러드 밑에 깔려있던 감자가 진짜 맛있었다. 슈니첼은 따로 소스가 없기에 소스가 있는 돈가스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맛이 조금 심심했지만 그래도 레몬 뿌려서 맛있게 먹었다. 슈니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프라터 공원 (Wiener Prater). 프라터 공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던 시절 늘 궁금했었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주인공인 다뉴브 강도 만나고,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나온 대관람차까지 눈에 담으며 비엔나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오스트리아는 나의 첫 유럽 여행의 두 번째 나라였는데, 그때 당시에는 지금처럼 여행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가 없어 제대로 보고 오지 않은 것들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여행 스타일과는 다르게 이때는 많은 나라들을 짧은 시간 안에 가느라 시간에 쫓겨 다녔기에 아쉬움이 크다. <풍향고2> 속 오스트리아 풍경을 보고 있자니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라 꼭 다시 가볼 기회가 닿길 바라보며. 비엔나 첫날 여행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