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매력에 빠졌던 날
바로 이어가 보는 오스트리아 여행기. 내가 이전에 브런치에 남긴 다른 여행지들과는 다르게 오스트리아 이야기를 빠르게 쓸 수 있는 이유는 브런치로 넘어오기 이전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 여행기를 남겨놓은 것이 있다는 사실. 열심히 네이버 블로그에 여행기를 남겼었는데, 안타깝게도 오스트리아까지 쓰고 멈췄었다. 여행 추억이 좀 더 생생할 때 열심히 써둘걸, 그래도 이렇게 다시 브런치에 여행기를 쓰면서 나라들을 추억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며. 비엔나 2일 차 이야기 시작!
두 번째 날의 첫 번째 방문 장소는 벨베데레 궁전 (Schloss Belvedere). 어영부영 트램을 타고 도착한 벨베데레 궁전은 그 이름의 뜻인 '아름다운 전망'답게 아름다운 풍경과 건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벨베데레 상궁으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이곳에는 그 유명한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가 전시되어 있다. 사실 이전에는 클림트의 그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실제로 작품을 만나보니 남자에게 안겨서 키스를 받는 여자의 표정에서 '아, 여자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여자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그림에서 오롯이 느껴져서 한참을 그림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지금은 상궁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갔었을 당시에는 상궁 안에서의 사진이 금지여서 아쉽지만 내 눈 안에 그림을 가득 담아야만 했다.
바로크 양식의 궁전은 벨베데레는 사보이의 왕자인 오이겐의 여름 궁전이었는데, 오이겐이 죽고 나서 합스부르크 왕가가 매입하며 지금의 이름인 '벨베데레'가 되었다고 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실 회화 전시장으로 미술 수집품을 보관하던 곳이었고, 이후에는 박물관으로 유지되어 사용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벨베데레 상궁과 하궁 사이에는 멋진 프랑스식의 정원이 있었는데, 쇤브룬 궁전 정원 그렇고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정원에 대한 진심이 제대로 느껴졌다. 그래도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과 뒤로 펼쳐진 비엔나의 풍경 덕분에 하궁으로 내려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상궁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던 벨베데레 궁전의 하궁. 이곳에서는 보통 특별전이 열리는 곳으로 중세 시대 조각상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인데, 나는 이때 클림트의 <유디트> 그림을 만났었다. <유디트>는 성서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적장의 목을 벤 용감한 여장수로 그림에서 주로 용기 있는 모습으로 표현이 된다고 한다. 그에 반해 클림트의 경우 유디트를 관능적인 여인으로 표현을 해냈는데, <키스> 작품을 볼 때도 그랬지만 <유디트> 작품을 보니 클림트의 그림은 눈으로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표현해 낸 유디트의 몽환적인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던 작품. 벨베데레 하궁 또한 사진이 금지였기에 아쉽지만 기념품샵에서 그림엽서를 사는 것으로 벨베데레 궁전 구경을 마무리했다.
벨베데레 궁전에서 클림트를 만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는 빈 미술사 박물관. 오스트리아의 실세였던 합스부르크 왕가를 중심으로 수세기에 이어 수집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어 양적으로 질적으로 크기가 굉장하다고 한다. 내가 오스트리아에 가기 전, 비엔나를 여행했던 친구가 본인이 방문한 곳 중 미술사 박물관이 좋았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방문을 결정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때 내가 미술에 대한 관심을 막 가졌던 때라 작품들을 많이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했기에 놓친 멋진 작품이 많다는 것.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신나는 마음으로 빈 미술사 박물관에 입장했는데 박물관의 크기와 뭔지 모를 웅장함에 압도당해버리고 말았다. 가장 방대한 규모의 회화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답게 봐야 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때 그나마 베르메르와 루벤스는 알고 있어서 열심히 작품들을 구경했더란다. 미술사 박물관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미술관 안에서 이젤을 세워두고 작품들을 모사하는 화가분들의 모습이었다. 유명한 작품들을 눈으로만 담지 않고 직접 손으로 그려보는 기분은 어떨까, 내가 미술실력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따라 해봤을 텐데. 보고 싶은 작품들은 많고, 시간은 짧아 종종거리며 다녔는데 이제 와서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보자면 사실 구경할 때 피곤이 쌓인 나머지 중간중간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었다. 그래도 최대한으로 폐장시간 전까지 열심히 작품들을 눈에 담았었기에 후회 않는 걸로!
내일이면 오스트리아의 다른 도시로 넘어갔어야 했기에, 남은 체력을 쥐어 짜내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필수 코스인 카페 자허 (Cafe Sacher). 오스트리아에 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자허토르테가 있는 곳으로, 자허토르테는 1932년 궁정 주방에서 일하던 16살 소년 도제 프란츠 자허가 만든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초콜릿 케이크다. 두 층의 초콜릿 스펀지 케이크 사이에 살구잼을 바른 후 다크초콜릿으로 감싼 달콤한 케이크를 멜랑게 커피와 함께 먹으니 떨어졌던 당이 확 올라오면서 다시 힘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모차르트 동상이 있는 왕궁정원도 구경 가고 시청사도 보며 비엔나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여행 추억을 떠올리게 한 <풍향고2>는 비엔나에서 헝가리로 넘어가지만, 나는 나를 오스트리아에 여행 오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속 풍경을 찾아 다른 도시들로 이동했었다. 나의 인생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이야기는 참을 수 없으니까, 오스트리아의 최애 도시였던 잘츠부르크 이야기로 바로 돌아와야지. 정말 좋았던 오스트리아 비엔나 항해일지는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