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가 강물 따라 흐르는 땅
2026년 2월에 나온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벌써 누적 관객 400만을 넘었다는 소식과, 영월을 방문하는 방문객수가 5배 이상 늘었다는 뉴스기사를 보며 작년에 갔었던 강원도 영월의 여행이 생각나서 가져와본 항해일지.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만큼이나 너무나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에는 국내여행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방문했었는데, 강원도 영월은 아마도 평창 여행을 계획하면서 같이 갈만한 곳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선택한 곳이었다. 사실은 기대감 없이 갔었던 곳이지만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고즈넉한 분위기에 반해 너무 좋았던 여행지로 기억에 남아 있는 곳. 아직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기 전이지만, 영월이 더 유명해지기 전에 빠르게 써 내려가보는 영월 여행기!
아침 일찍 출발해 도착한 강원도 영월, 처음으로 찾아간 장소는 영월 동강 목골쉼터. 봄에는 청보리와 꽃양귀비, 가을에는 붉은 메밀과 코스모스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갔던 6월에는 청보리가 조금씩 올라오던 시기로 동강의 푸르름과 참 잘 어울렸던 곳이다. 붉은 메밀꽃으로 더 유명한 곳이라 그런가,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어 너무나도 좋았던 곳이었다. 동강 뒤로는 바위산이 우뚝 서있었는데, 그 옆에 동굴은 무엇일까 궁금. 잔잔히 흐르는 동강의 물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는 목골마을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가을에 붉은빛으로 변한다는 메밀꽃밭의 풍경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험준한 산맥과 굽이치는 강줄기가 빚어낸 천혜의 비경'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바로 느껴지는 영월의 풍경. 잔잔히 흐르는 동강과 뒤로 펼쳐진 산세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힐링이었다. 영월 동강은 래프팅 장소로도 엄청 유명하다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즐기는 래프팅은 어떨까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그저 궁금. 그렇게 고즈넉하고 푸르른 풍경을 눈에 한가득 담고, 다음 장소로 가기 전 무엇을 먹을까 찾아보다 영월의 가장 유명한 음식인 다슬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깨끗한 물에서 자란 다슬기로 끓인 해장국이 유명하다기에 국밥러버로써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
향토음식 러버인 내가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낸 다슬기 맛집, 다슬기향촌 성호식당. 블루리본 서베이에 수년째 등재된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줄이 길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 딱 웨이팅이 길어지기 전이여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다슬기 해장국과 다슬기 비빔밥,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은 다슬기 전. 다슬기가 워낙 크기가 작다 보니 강한 맛이 느껴지진 않았는데, 오히려 강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막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월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슬기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청령포. 청령포는 어린 폐왕이었던 단종의 유배지로 영월 10경이자 대한민국 명승 제50호. 뒤쪽은 수직 절벽인 육육 봉이, 그리고 북서쪽은 서강으로 막혀있어 배가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섬 지형인 청령포. 배가 없으면 탈출이 불가능한 곳으로 왜 유배지로 사용되었는지 알 것 같았던 곳이다. 지금도 청령포는 배를 타고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배를 타면 5분도 안 걸리는 강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배지에 갇혀 만나지 못하는 부인을 그리워했을 17살의 어린 왕 단종의 심경이 어땠을지. 배를 타러 내려가는 길에 피어있는 금계국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더욱 서글퍼 보였던 청령포.
배를 타고 들어온 청령포에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단종어소와 행랑채. 청령포 안에 빽빽하게 늘어선 소나무들로 인해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인데, 이곳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홀로 남겨진 단종에게는 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괴로운 풍경이었을지. 청령포의 한가운데는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된 영월 청령포의 관음송을 만날 수 있었는데,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관음송의 키는 30m로 우리나라의 소나무 중 가장 크다고 한다. 관음송의 이름의 뜻이 너무나도 슬픈데,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단종은 두 갈래로 크게 갈라져 있는 관음송 사이에 걸터앉아 쉬거나 시름에 잠겼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관음송을 지나면 뒷산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단종이 자주 오르던 '노산대'와 정순왕후를 그리며 쌓았다는 돌탑인 '망향탑'도 만날 수 있었다. 청령포 뒤쪽은 정말 가파르게 깎여있는 절벽이었는데, 올라가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곳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단종의 그 무너지는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청령포 관광을 마치고 다시 배를 타고 나오는 길에는 단종과 정순황후의 금빛 동상을 만날 수 있었는데, 정순황후는 15살에 왕비가 되고 18살에 폐비가 되어 평생 단종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슬픈 이야기와 함께 단종의 역사가 남아있는 청령포 구경을 마무리했다.
청령포 이야기를 쓰다 보니 세조는 이 어린 조카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쓰다 보니 광릉에 가서 악플 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사실 영월 여행기를 청령포까지로 마무리할까 했는데, 이후에 갔던 고씨동굴이랑 한반도 지형 등도 너무나 좋았었기에 소개하고 싶어 두 개로 나눠서 써보려고 한다. 영월 여행기 2탄 얼른 쓰러 가야 하니 강원도 영월 여행기 1탄은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