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매력에 푹 빠졌던 하루
단종의 슬픈 역사가 담긴 청령포를 떠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영월 10경 중 한 곳인 고씨동굴.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219호인 고씨동굴은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족이 숨어 난을 피한 곳으로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석회굴이라고 한다. 사실 고씨동굴은 가려고 계획한 곳은 아니었고, 김삿갓 유적지를 가볼까 하다가 더운 날씨에는 왠지 동굴 안이 시원할 것 같아 가보기로 결정했던 곳이다. 약 4~5억 년 전에 만들어진 동굴이라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놀라며 고씨 동굴로 향했다.
사실 고씨동굴을 가자고 했을 때 고씨 성을 가진 것도 아닌데 왜 거기를 가냐며 놀렸는데, 도착하자 보이는 풍경에 바로 사랑에 빠져버린 나는야 금사빠. 영월 고씨동굴 앞에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어 동굴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며 영월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껏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고씨동굴 앞에 도착하니 안내해 주시는 분께서 설명과 함께 안전모를 나눠주셨다. 이전까지 동굴을 구경하면서 안전모를 써본 적이 없어 약간의 싸함이(?) 느껴졌지만 잘 착용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동굴 내부의 시원함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씨동굴 탐방 시작.
고씨동굴 안은 철제로 만들어진 탐방로를 이동하며 구경하는 코스로 되어있었는데, 양옆으로 보이는 커다란 석회바위들을 보며 자연의 신비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동굴 안은 높이가 낮고 폭이 좁은 곳들이 몇 곳 있었는데, 열심히 피했지만 머리를 한 번 박고야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 영월 고씨동굴은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있어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풍경들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슬펐던 사실은 460m를 열심히 걸어왔는데 다시 입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걸어온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는 것. 그렇게 동굴 안에서 땀을 시원하게 말리고(?) 그다음 장소로 향했다.
고씨동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역시나 영월 10경 중 한 곳인 한반도 지형. 대한민국 명승 제75호로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는 곳이자 서강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한다. 한반도 지형은 800m 정도 되는 탐방로를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이미 고씨동굴을 걷고 와서 지쳐있었던 우리들. 그러나 지형을 보러 가는 길에 놓인 나무데크에 바람개비 태극기들이 쭉 연결되어 있어서, 가는 길에 지친 마음을 애국심으로(?) 가득 충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한반도 지형은 정말 이름 그대로 한반도 모양이어서 너무 신기했고, 서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고 있는 전통 뗏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뗏목을 보고 있자니 저기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은 어떨까 궁금해져 바로 선암마을로 뗏목을 타러 가보기로 했다.
한반도 지형을 쭉 둘러보는 전통 뗏목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선암마을, 즉 한반도 뗏목마을로 가야 한다. 뗏목은 나무 등을 여러 개 엮어서 물 위에 띄우는 기본적인 형태의 배로 뗏목 체험은 배를 타고 30분 정도 지형의 삼면을 도는 체험이다. 마감 30분 전까지는 도착을 해야 하는데 다행히 딱 30분 전에 맞춰가서 뗏목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뗏목에 올라앉아 바로 신발을 벗고 발을 시원한 물에 담그니 걷느라 지쳤던 발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 뗏목을 운전하며 해설사님이 재미있게 해설을 해주셔서 배에서의 3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즈넉한 풍경과 시원한 물과 바람이 너무 좋았던 시간. 영월에 온다면 꼭 전통 뗏목체험을 해보기를 추천!
전통 뗏목체험을 끝으로 우리는 오늘의 숙소가 있는 영월 마차리 폐광촌으로 이동했다. 가기 전 서부시장에 들러 메밀전병을 구매하고, 구불구불 길을 올라가니 나오는 마차리 폐광촌. 마차리 폐광촌은 사실 급하게 영월 여행을 결정하며 숙소를 예약하지 못해 숙소를 잡다가 알게 된 곳인데, 1935년 개광한 영월광업소의 탄광촌을 도시재생사업 ‘마차리 폐광촌 프로젝트’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한 곳이었는데 고요한 풍경이 참 좋았다. 그렇게 마차리 폐광촌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는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과 빨갛게 피어있는 장미도 보면서 마을을 산책했는데, 슬로우시티라는 이름답게 너무 좋았기에 영월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마차리 폐광촌을 떠나 평창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영월 마차리 탄광문화촌. 영월 마차리는 강원도 최초의 탄광촌으로, 탄광문화촌은 1935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1호 탄광인 영월광업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의 1960-70년대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었다. 탄광문화촌에서는 생활관을 통해 그때 마차리에 살았던 광부들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문화촌을 지나 갱도체험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예전 탄광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장비들도 만나 볼 수 있었다. 갱도체험관에서는 그때 탄광에서 광부들이 어떻게 일했는를 볼 수 있었는데, 슬픈 역사가 담겨있는 탄광 안에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만 했던 광부분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영월 여행을 마무리했다.
강원도 영월은 평창으로의 여행을 결정하며 즉흥적으로 가게 된 곳이었지만, 너무나도 좋았던 여행지로 기억에 남아있다. 영월 여행 이후 주변에서 국내여행 갈만한 곳을 물어볼 때면 꼭 추천했던 곳인데, 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인해 영월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이 참 반갑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 영월의 매력을 알아주길 바라보며, 강원도 영월 여행기는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