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을 묵상하며 떠올려보는 예루살렘 구시가지 여행
4월은 나와 같은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달 중 하나인데, 바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종려주일을 시작으로 고난주간, 부활주일까지 이어지는 ‘부활절’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지낼 때에는 Easter Sunday 전으로 Easter Holiday를 명절처럼 지냈기 때문에 4월은 여러모로 크게 느껴지는 달이다. 이번 고난주간을 보내며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5년 전 떠났었던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 여행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
예루살렘 여행의 첫 시작점은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었던 감람산 (Mount of Olives). 성경이나 찬양에서 나오는 친숙한 '감람'이라는 단어가 ‘올리브’ 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곳. 감람산 아래로는 유대인들의 묘지가 조성되어 있었고, 반대편에는 예루살렘 성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감람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올리브 나무를 만나고, 동시에 거센 바람도 같이 맞으며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다음 장소로 출발.
감람산을 내려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눈물교회 (Dominus Flevit Church). 교회의 이름이 보여주듯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셨던 곳에 세워진 교회라고 한다. 지금은 황금돔이 있는 곳, 2천 년 전에는 예루살렘 성전이었던 곳을 바라보며 기도하셨을 예수님의 시선을 상상하며 창문과 황금돔 사원을 사진에 함께 담아보았다.
눈물교회를 나와 만국교회로 향하는 길, 이곳은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향하셨던 길이라고 한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입성하시던 날, 예수님께서는 본인이 받으실 고난에 대해 이미 알고 계셨었다. 겉옷을 벗어 길에 깔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기쁨으로 환영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예수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다음으로 도착한 장소는 겟세마네 만국교회 (Church of All Nations). 만국교회로 들어가는 길에는 올리브 나무가 많이 심겨 있었는데, 그 나무 중 하나가 예수님 당시까지는 아니었어도 오래된 올리브 나무라고 알려주셨다. 미사를 드리고 있어 내부를 조용히 구경하고 나와서 예수님께서 기도하셨다는 돌 위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넘버 중 ‘겟세마네 (I Only Want to Say)’라는 곡이 있다. 초고음으로 유명한 곡이고, 동시에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을 예수님의 괴로움이 느껴지는 넘버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 괴로움의 기도를 드리셨던 예수님. 예수님께도 쉽지 않았을 십자가의 길을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마음 하나로 그 길을 걸으셨음을 기억하며.
기드론 골짜기 구경을 마치고 예루살렘 구시가지로 돌아와 ’베데스다 연못‘과 ’성 안나 교회‘를 잠시 둘러본 후,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빌라도의 법정 (Pilate’s Court). 이곳은 ‘슬픔의 길, 고난의 길’로 불리는 십자가의 길 (Via Dolorosa)의 시작점으로 예수님이 십자가 형을 선고받으신 곳이다. 이 법정 안에는 ‘선고교회’와 ‘채찍교회’가 있는데 채찍교회 천장의 문양이 가시면류관의 모양이라 기억에 남는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며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곳, 내려지신 곳, 그리고 무덤까지 있는 성묘교회 (Church of the Holy Sepulchre). 십자가가 꽂혔던 자리와 무덤을 보기 위해 긴 줄을 서있던 사람들, 그리고 예수님의 시신을 누였던 자리라는 ‘성유바위’에 티셔츠 문질러 가며 기도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곳이다. 십자가의 길 중 가장 의미가 깊은 장소답게 전 세계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사실 나에게는 생각보다 너무 번쩍번쩍거렸던 장소라 집중도 안되고 오히려 감흥이 덜했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성묘교회를 둘러보며 내 나름대로 십자가의 의미에 대해 묵상했었던 기억.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베드로 통곡 교회 (Church of Saint Peter in Gallicantus).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곳이자 가야바 제사장의 집터로, 예수님께서 재판을 받으시기 전 갇혀 계셨던 감옥 자리가 지하에 남아있는 장소이다. 특별히 나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인데, 바로 예수님 당시의 계단이 남아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최후의 만찬 후, 예수님께서는 그 계단으로 겟세마네에 기도하려 내려가셨다. 그리고 다시 십자가 지시기 위해 그 계단을 올라오실 때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이스라엘에서는 인사할 때 샬롬(Shalom)이라고 인사를 하는데 '평화, 평안'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평화와 평안을 바라는 인사를 매일 나누지만 정작 그러한 평화가 가장 없는 곳이 바로 이스라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동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스라엘.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 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4월 13일, 그것도 ‘종려주일’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있던 병원이 폭격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러한 전쟁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들인 여성과 아이들, 공생애 기간 내내 예수님께서 더 많은 사랑을 베푸셨던 그들. 유독 마음이 아픈 이번 고난주간을 보내며,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 샬롬의 평화가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