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모두가 ‘오징어 게임’을 말하고 ‘무빙‘을 말할 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같은 OTT를 구독하지 않고 있던 나. 영화, 드라마, 예능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한번 구독을 시작하면 봐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텔레비전 앞을 못 떠날 ‘테순이’인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OTT 대신 다른 콘텐츠들로 만족하며 살아왔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잘 지켜온 나의 의지를 한 번에 꺾어버린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요즘은 유튜브에 쇼츠나 요약본으로 드라마 내용들이 잘 올라오기에 대충 내용만 보고서 끝내려고 하였으나, 드라마를 본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폭싹 속았수다>는 장면과 대사들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 드라마 전체를 다 봐야 한다고 하기에 한참 고민하다 마음먹고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사실 쇼츠들로 볼 때도 너무 슬펐던지라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이 있었는데, 이왕 보기로 결정한 것 드라마를 시청하기 전 여러 영상들로 눈과 마음을 열심히 단련(?) 하였다. 그 후 본격적으로 엄마와 함께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시청 시작!
그렇게 시작하게 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따사로운 제주의 봄과 여름의 풍경 아래 꿈 많고 요망진 소녀 애순이와 애순이의 영원한 무쇠 소년 관식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세 아이의 부모가 되어가고, 가을을 지나며 본인들의 삶을 다해 키운 자식들이 자라나 그들의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고, 마지막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자식들을 위해 그들의 꿈을 ‘기꺼이 꺾은‘ 애순이와 관식이의 모습에서 부모님을 보았고, ‘그들의 꿈을 먹고 날아오른’ 금명이가 보여주는 여러 모난 모습들에서 나를 보았다.
금명이의 독백 중, “다른 사람 대할 땐 연애 편지 쓰듯 했다. 한 자, 한 자, 배려하고 공들였다. 남은 한 번만 잘해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만 번 고마운 은인에겐 낙서장 대하듯 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애써 무시했던 나의 못난 모습을 들킨 것 같아 그 대사를 한참 곱씹기도 했다. 내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 중 하나인 부모님의 사랑의 깊이, 그리고 그 사랑에 늘 빚을 지고 있는 나. 평생을 살아도 부모님의 사랑의 깊이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드라마 한 편씩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했던 주변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유독 마음에 닿는 대사들이 많았다. 엄마 광례가 어린 애순이를 떠나기 전 날 해주었던 말, “살민 살아져. 살다보면 더 독한 날도 와.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가만 누워 있지 말고 죽어라 발버둥을 쳐. 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 검은 바당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여. 반드시 숨통 트여.“ 어린 배불뚝이 엄마 애순이에게 하숙집 하르방과 할망이 해주었던 애정 어린 말, ”사람 혼자 못 산다이. 고찌 글라 고찌 가 고찌 글믄 백리길도 십리된다.“ 그리고 아빠 관식이가 늘 금명이에게 해주었던 “금명아, 아빠 항상 여기 있어. 수틀리면 빠꾸. 아빠한테 냅다 뛰어와.“ 라는 말까지. 주옥같은 대사들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를 어린 애순이로, 딸 금명이로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속담 중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삶이 네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말이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영어 제목이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라는 것을 들었을 때, 레몬을 귤로 바꾼 것이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애순이와 관식이의 삶을 통해, 삶이 달콤한 귤이 아닌 떫고 신 귤을 던져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함께 설탕에 절이고 절인다면 달콤한 귤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힘든 시간을 지나가야 할 때, 수틀리면 빠꾸 해서 냅다 뛰어갈 수 있는 곳이 항상 나에게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한 장면, 한 편, 한 등장인물들 모두가 너무나 소중하고 마음에 남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모두가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해보며, OST 중 가장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김현식의 명곡이자 홍이삭이 리메이크한 ‘내사랑 내곁에 (My Love by My Side)’를 추천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해 본다.
“너무나 어렸고, 여전히 여린 그들의 계절에 미안함과 감사, 깊은 존경을 담아, 폭싹 속았수다.”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 김현식 <내사랑 내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