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그림으로 가득했던 시간
반 고흐 시리즈의 마지막 브런치는 지난 4월에 방문했었던 '빛의 시어터' 전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의 거장들>. 평소 그림을 원화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가 그림 속의 한 장면이 되는 뭔가 오묘한 느낌이 좋아 흥미로운 미디어아트 전시가 열린다면 방문하는 편이다. 특별히 이번 빛의 시어터 전시는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나에게는 특별한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였기에 전시가 끝나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빛의 시어터를 방문!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진행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FROM VERMEER TO VAN GOGH, DUTCH MASTERS)>. 베르메르,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 그리고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빛의 시어터는 이전에 극장으로 쓰이던 워커힐 대극장을 다시 재탄생시킨 곳으로 무려 1,000평 규모의 전시장. 무엇보다 극장이었던 곳이라 그 공간을 가득 매운 명화들과 사운드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천장부터 바닥, 그리고 사방이 그림으로 가득 차있어 전시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전시의 첫 시작은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라고 하는 17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의 작품. 특별히 <델프트 풍경 (View of Delft)>은 네덜란드 델프트에 직접 방문해 그림 속 풍경을 눈에 담았던 적이 있었기에 내적 친밀감 가득!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베르메르의 인물화. 중간에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베르메르의 작품 <우유 따르는 하녀 (The Milkmaid)>. 빛과 색채를 이용한 사실적인 인물화를 그려낸 베르메르의 작품들. 베르메르 그림 속 인물들은 관람객을 쳐다보는 구도가 많아 늘 볼 때마다 눈이 마주치는 기분이 묘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진주 귀걸이의 반짝거림까지 포착한 이 그림은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그림이 하이라이트 되며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은 그저 환상적이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그림은 프란스 할스 (Frans Hals)의 작품. 17세기 황금시대의 작가인 프란스 할스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나 '초상화, 풍속화의 대가'이다. 프란스 할스의 그림 속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뭔가 장난스러운 표정들을 짓고 있다. 인물들의 순간을 포착한 묘사가 너무 좋은 프란스 할스의 그림들.
다음으로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 (Rembrandt van Rijn). 지금 보이는 작품은 <야경 (The Night Watch)>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 먼저 미술관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그림의 크기에 놀랐었고, 다음으로는 빛과 어둠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하이라이트 해낸 부분에 놀랐었던 그림.
렘브란트는 자화상 시리즈 외에도 유명한 그림이 많다. 특히 렘브란트는 성경 속 그림들을 많이 그렸기로 유명한데, <유대인 신부>, <돌아온 탕자>, 그리고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갈릴리 바다의 폭풍>. 빛의 시어터 전시에서는 각 화가들의 여러 그림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렘브란트 다음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이전 작가들의 그림보다 색채가 더욱 다양한 고흐의 그림들. 유독 고흐의 그림은 미디어아트 전시의 주제로 많이 진행이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전시들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빛의 시어터의 전시는 또 느낌이 달랐다.
왜 유독 고흐의 그림들이 미디어아트 전시가 좋아하는 주제일까 생각해 보면, 아마 자연과 풍경들을 주제로 하는 그림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인물을 주제로 하는 그림들이 많아 하나씩 하이라이트 되는 이전 작가들의 영상과는 달리, 반 고흐의 그림은 풍경이 계속 연결되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낮의 풍경이 담긴 사이프러스 그림들을 지나, 다음으로는 밤의 풍경이 담긴 별을 주제로 한 그림들. 바닥에 펼쳐진 고흐만의 별, 그리고 '별'을 주제로 했다는 것은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의미. 이전 브런치에서도 말했지만 고흐의 밤은 무조건 어두컴컴한 검은색이 아닌 푸르른 코발트블루.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 지금까지 나온 모든 작가들의 그림들이 좋았지만, 역시 반 고흐 덕후인 내게는 이 순간이 빛의 시어터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던 순간이었다.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네덜란드 거장들의 그림들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들까지, 엄청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던 빛의 시어터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전시. 사방을 가득 채워주는 그림들을 1층과 2층, 여러 각도에서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그들의 그림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너무 황홀했다. 이전 클림트, 달리 전시도 재밌었을 것 같은데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쉬웠던 마음. 다음에도 흥미로운 전시가 있다면 꼭 재방문할 것을 다짐하며, 즐거웠던 빛의 시어터 전시 후기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