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견니 포스팅에 힘입어 대만 여행기를 써볼까 하다가 문득 몇 년 전 이때쯤 어디에 있었나 궁금한 마음에 거슬러 올라가다 기억난 케이프타운 여행. 세계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희망봉’이 있는 그곳,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아공 여행을 계획할 때 케이프타운과 함께 요하네스버그 여행도 고민했었는데, 치안 문제로 결국 케이프타운만 방문했었다. 이맘때쯤 여행했었던 즐거웠던 케이프타운 여행을 추억하며 항해일지 시작!
케이프타운 (Cape Town)에서의 첫날, 우리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로 보캅 (Bo-kaap). 보캅은 아프리칸스어로 ‘케이프 언덕 위에’이라는 뜻으로, 케이프타운 언덕에 위치한 알록달록한 색의 집들이 모여있는 주요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색과는 달리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300년 전 네덜란드가 남아공을 통치하던 당시에 끌려온 노예들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이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이었던 ‘아파르헤이트 (Apartheid)‘가 폐지되는 해방의 기쁨을 표현하며 다양한 색으로 집의 외벽을 칠하게 되며 보캅이 알록달록한 집들로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보캅은 케이프타운에서의 방문했던 첫 관광지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갔었던 곳이었으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버린 곳이다. 보캅에서 갤러리도 구경하고 알록달록한 집 앞에서 친구와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10대 소녀 두 명이 나타나 우리를 보며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 발언과 함께 기분 나쁘게 낄낄대기 시작했다. 케이프타운의 주요 관광지이나 보캅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그 자리를 피하긴 했지만, 친구와 나는 한동안 카페에 앉아 놀란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여행 처음부터 일어난 사건이라 충격이 꽤 컸지만, 이 사건이 우리의 여행을 망치게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빠르게 보캅을 떠나 도착한 곳은 바로 캠프스베이 (Camps Bay). 캠프스베이는 케이프타운의 유명한 휴양지로 산, 바다, 하늘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하늘이 우중충 했었는데, 해변을 산책하고 눈앞에 우뚝 서있는 라이언스 헤드 (Lion's Head)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캠프스베이를 떠나 바로 옆,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클리프턴 비치 (Clifton Beach)로 향했다. 세계에서 인정한 아름다운 휴양지인 클리프턴 비치에서는 케이프타운의 또 다른 풍경인 ‘12 사도 봉우리’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에 담긴 것처럼 클리프턴 비치의 풍경은 저 세상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사실 10분도 구경 못하고 차로 돌아와야 했을 정도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서 바람 싸다구를(?) 잔뜩 맞았다. 캠프스베이에서 클리프턴 비치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어느덧 보캅에서 상한 기분을 회복할 수 있었다.
케이프타운의 첫날, 우리의 마지막 방문지는 빅토리아 앤 알프레드 워터프런트 (V&A Waterfront). 케이프타운 최초의 부두가 건설된 항구로 네덜란드 식민지 개척자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라 그런지 네덜란드 느낌이 많이 나던 곳이었다. 또한 V&A 워터프런트는 복합 쇼핑몰이 있는 케이프타운의 나들이 장소라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던 곳이었다. 특히 넬슨 만델라가 수감되었던 감옥이 있는 로빈 아일랜드 (Robben Island) 투어 배를 이곳에서 타게 되는데, 너무 가보고 싶은 장소라 여행 전에 예약까지 했었는데 파도가 너무 거세서 당일 취소되었던 슬픈 기억이 있다.
V&A 워터프런트 어디서든 만날 수 있던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 테이블 마운틴의 풍경도 눈에 담고, ‘케이프 힐’ 관람차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쫄보인 나는 관람차를 타지 못하고 친구만 탔는데, 거센 바람 때문에 무서웠다는 후기를 남겨주었다. 내가 남아공을 여행했던 때가 7월임에도 계속 바람이 거세다고 하는 말이 약간 의아할 텐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7월은 놀랍게도 겨울로 비가 내리기도 하고 바람이 거센 상당히 추운 달이라는 사실. 그렇기에 얇은 옷만 챙겨 온 우리들은 워터프런트 쇼핑몰에서 스웨터를 사 입어야 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남겨보며. 케이프타운에서의 첫날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