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한 계절은 남아있으니
약간 쌀쌀했지만 포근했던 지난 3월, 나의 '최애' 홍이삭의 단독콘서트 <THE LOVERS>가 3년 만에 열렸고 그의 콘서트 첫날과 마지막 날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후로 나의 최애는 드라마 OST도 열심히 부르고, 다양한 행사와 페스티벌에 (무려 'Grand Mint Festival 2025'에서는 헤드라이너!) 참여하는 등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올해를 보내주나 싶었는데 11월, 팬인 '토스트'들을 위해 선물처럼 들고 와준 2025 Live Session <Toasted Tunes>.
3월에 열렸던 단독 콘서트와는 다르게 이번 라이브세션은 팬콘서트로 진행되기에 좌석수가 적어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엄청 긴장했는데, 다행히 공연 첫 날인 11월 8일 예매 성공! 이번 공연에서 신곡이 발표된대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민페에서 깜짝으로 '안녕, 잘 지내. (Hello, goodbye)'를 공개해 버렸다는 사실. 아쉽게도 가지 못했던 페스티벌이었기에 너무 슬펐지만 그래도 노래가 너무 좋으니까 슬프지 않은 걸로(?). 미리 '스포' 당한 신곡과 함께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오늘의 공연 장소는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단독콘서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달달한 목소리로 들려준 안내방송이 끝이 나고, her 이 흘러나오다 사라지며 시작된 홍이삭의 Live Session <Toasted Tunes>. 이번 라이브세션은 홍이삭이라는 가수를 알렸던 노래들을 많이 들려주었던 단독 콘서트와는 달리 평소 무대에서 자주 부르지 않는 곡들 위주로 들려주었다. 운이 좋게도 무대와 가까운 앞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최애의 엄청난 성량과 함께 밴드 사운드까지 제대로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던 공연. 그리고 무엇보다 홍이삭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역시나 다 좋았지만 세트리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 남겨놓기.
이번 라이브세션을 여는 첫 곡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바로 Let’s Be Friends. 그리고 이어지는 나쁘지 않아, everland+(n)everland. 첫 곡 Let’s Be Friends 부터 루프스테이션 스킬을 보여주더니, 세 번째 곡에서는 박자를 그렇게 타다니. everland 가사를 좋아해서 자주 듣는 편인데, 진짜 이번 라이브 편곡이 너무 좋아서 입 벌리고 들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무려 건반으로 들려준 구름, 그리고 길을 걷다. 두 곡 모두 첫 EP [시간이 지나도] 수록곡. 아프리카에서 만들었다는 노래 구름은 "너와 내가 만나 비를 내려 그 빛을 볼 수 있을까" 부분이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좋은지. 그리고 길을 걷다는 라이브로 들으니 왜 이렇게 가사가 가깝게 다가오던지 한참 여운이 남았다.
길을 걷다 생각 나, 생각 나. 생각하다 너를 봐, 너를 봐. 아직 손에 닿진 않지만, 아직 내 맘과 멀다 해도. 너를 보다 나를 봐, 나를 봐. - 홍이삭 <길을 걷다>
다음으로는 홍이삭과 함께 해온 기타의 역사, 그리고 각 기타들로 만들어진 곡들의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던 토크 시간이 이어졌다. 첫 기타에서 지금의 기타까지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나누어주어 너무나도 좋았던 시간. 20년도 더 된 가족과도 같은 첫 기타에서 내가 좋아하는 홍이삭의 곡들이 많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기타들을 소개하며 들려준 곡은 소년, 그리운 사람, Knowing You, 설렘, 그리고 잠자리 지우개.
'Knowing You' 부터 '잠자리 지우개'까지는 뮤지컬 <우리가 사랑한 순간들>, 그리고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의 OST. 그중 Knowing You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 중 하나라 매번 라이브에서 불러달라고 댓글로 외쳤지만 늘 듣기 어려웠던 곡이라 기쁨의 내적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다음은 시간은 노래 만들기 시간! 홍이삭은 옛날 "고도의 예술행위"인 실시간 작사작곡 방송 <차곡차곡>을 했었고 최근에도 팬들과 함께 '귤 까기' 노래를 만들기도 했었다는 사실. 그 결을 따라서 진행된 토스트들과 곡 쓰기 시간! 공연이 열리기 며칠 전, 팬들에게 노래를 위한 과제를 내줬었고 그때 받은 단어들로 밴드분들과 뚝딱뚝딱 노래를 만들어낸 즐거운 시간이었다. 싱송라들의 본업 천재 모습은 너무나도 멋있었지만 내가 낸 단어들은 나오지 않아 약간 슬프기는 했다는 사실도 남겨두며.
이번 공연에서는 팬인 토스트들이 할 일이 아주 많았는데, 바로 pages 화음 넣기. 3월 단독 콘서트 때 화음을 알려주었던 홍이삭 선생님이 이번에 3단 화음을 넘어 화음을 더 추가하신 덕에 토스트들은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 함께하는 pages 무대는 단독콘서트 때보다도 더 좋았다. 이 곡 어디까지 더 좋아지는 거예요-! 그리고 흑이삭 모드로 몰아친 Close Your Eyes, 그리고 Can’t Run Away. 엄청난 성량과 밴드 사운드 덕분에 숨 못 쉬고 본 팬이 있다면 그건 저예요.
그다음으로 들려준 곡은 이번 11월 12일 수요일에 발매되는 디지털 싱글 <Hello, goodbye>의 수록곡 나의 작은 마을. 앨범이 나오기 전 곡을 먼저 들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레는데, 그걸 기타와 함께 라이브로 불러줬으니 말 다했지. 포크송 느낌도 나고 가사도 좋아서 뭔가 뭉클했던 노래. 그리고 다가온 아쉬운 공연의 끝, 들려준 곡은 Lovers, 그리고 있을게. 가만히 듣고 있는데, 다른 두 곡임에도 홍이삭이 노래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심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있던 함께 해주겠다는 그 마음, 그리고 그 진심이 마음으로 와닿아서 찡했던 순간이었다. 영원하길 바랐던 마지막 곡이 끝이 나고, 앙코르를 외치며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들려준 곡은 이번 신곡인 안녕, 잘 지내,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건반은 익숙하지 않기에 긴장된다고 하면서도 두 곡이나 건반으로 들려준 홍이삭 팬사랑은 역시 최고야!
시간이 지나면, 우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 추억들은 우리 맘에 남아있기를.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나도. 이 추억들은 우리의 맘에 항상 있기를, 우리 맘에 남아있기를. - 홍이삭 <시간이 지나도>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간 약 2시간 30분의 라이브세션. 늘 라이브로 들었으면 했던 곡들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그럼에도 듣고 싶은 곡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짧음이 아쉬웠던 시간이었다. 무대 위의 홍이삭은 너무나도 반짝이고, 이제는 더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는다. 그런 최애를 만날 때면 마음이 행복하면서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무언가 묘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오늘 무대에서 노래하는 홍이삭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기에 그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노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기에 나는 홍이삭이 늘 행복하게 노래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나아가는 길을 함께하며 계속 응원할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계절을 남겨주어 행복했어, 고마웠어. 안녕, 잘 지내!
안녕, 잘 지내. 괜찮아, 이젠. 지금 나처럼 너도 웃기를. 행복했어, 미안했어. 우리의 아팠던 계절은 다 지났으니. 행복했어, 고마웠어. 우리의 사랑한 계절은 남아 있으니. - 홍이삭 <안녕,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