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그리고 <<장애인 복지법 제90조 제3항 제3조>>입니다.
③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제40조 제3항을 위반하여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자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지만, 예외를 뒀죠.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꽤 '주관적인 예외' 말입니다.
장애인 보조견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어떤 것일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1) 그 어떤 사유도 정당하지 않다!! 근처에 강아지가 있기만 해도 두드러기가 나는 알레르기 환자, 본 적 있는가? 만약 그런 환자가 있다면 우리 사회 곳곳이 강아지판인데 살 수 있었겠는가..!!!!
2) 그래도 보조견이 출입하려는 곳에 알레르기 환자가 있다면 정당한 사유 아닐까? 혹은 강아지 공포증..? 하여튼 환자가 있다면 안 될 것 같은데?
3) 식당 손님이 싫다, 당장 나갈 테니 환불해달라, 이렇게 강하게 항의한다면 정당한 사유 아닙니꽈?!!!! 중간에 낀 식당 사장님들은 어쩌라고요. 식당은 망해도 됩니까??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겠죠. 그래서 경찰이 출동하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어딘가 늘 '모호한' 구석이 있는 겁니다.
"사장님,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은 거부하시면 안 된다고요...!" (경찰관)
"아니요 정당한데요? 우리 알바생 중 한 명이 두드러기를 일으켰다고요." (식당 사장)
"지금요?" (경찰관)
"아뇨, 지난번에 개를 출입시켰더니 두드러기가 나서 아주 고생했어요." (식당 사장)
꽤 흔한 레퍼토리라고 합니다.
알바생이 정말 과거에 개 때문에 두드러기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 따져서 처벌하자고요? 그 정도로 우리 경찰 행정력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싸워 이기리라!라는 마음으로 싸울 수도 있겠으나, 이쯤 되면 그냥 재수가 없으려니 하고 포기하게 되죠.
법의 이러한 '모호한 예외'가 식당 등에게 자의적 판단을 하게 하고, 결국 출입을 거부할 '빌미'를 주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디즈니월드서 현장 학습 중인 미국 안내견들
미국은 구체적입니다.
미국 장애인 법(ADA, American Diabilities Act)에서도 정당한 보조견 출입거부 사유로 ① 통제 불가능한 보조견에 대해 견주가 통제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② 보조견이 해당 장소에서 배변을 한 경우 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여러 구성원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끝에, 미국 만의 '정당한 사유'를 도출해냈겠죠. 우리도 이제 논의를 시작할 때입니다.
안내견 조이의 이름을 딴 '조이법'
김예지 의원과 안내견 조이/연합뉴스
다행히도 21대 국회에서 이런 논의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안내견과 함께 국회 입성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도대체 뭔지, 구체적으로 정하자는 취지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안내견 조이의 이름을 따 '조이법'으로도 불리는데요.
조이법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 장애인 단체 측은 거부를 하는 쪽(식당, 호텔 등등)을 포함한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건강한 의견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여기에 더해, '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광고 등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했습니다. 이건 왜 그럴까요?
금배지 달아도 '개는 안 돼요'
김예지 의원은 의원이 되고 난 뒤에도 '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중인 나와 김예지 의원, 조이
"어제도 안 된다고 하셨어요, 앞에서. 식당이었고요."
"거부 사례 같은 경우는 사실 그 저희 숨 쉬는 것처럼 늘 당연하게 겪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이제 총선 전에 후보자 시절일 때죠. 촬영을 하기 위해서 한 지역에, 서울 지역이었는데, 식사를 하러 갔을 때 그때도 거부 사례를 겪었고 신고도 했어요."
'내가 누군지 알아?'의 상징 같은 '금배지'를 달고도 '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니, 이건 꽤 놀라웠습니다. 동시에 '국회의원도 이런데 다른 장애인들은 말할 것도 없겠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고 접수해서 과태료 물렸는지 물어보자, 김 의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인터뷰 잘해, 난 좀 쉴게 -조이-
"저는 사실 그분들이 과태료를 물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때도 제게 직접 사과를 해주셨고. 제가 요청드린 것은 앞으로는 안내견을 보셨을 때 환영해 달라,안내견도 함께 들어가는 손님의 일부이기 때문에 같이 환영해주시면 좋겠다,앞으로 시정해주시고 종업원 교육도 함께 진행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사장님하고 직접 얘기했고요. 사장님이 너무 흔쾌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사과도 하셨고, 진심으로. 그래서 다음에 또 오라고까지 하셨는데 아직 못 가봤어요. 한 번 가서 찾아뵙고 또 인사도 드리고 그러고 싶은데요. 이제 그런 사례를 만들었고, 제가 신고했던 내용은 취하해드렸거든요."
김예지 의원도 그렇고, 혜경 씨도 그렇고, 굉장히 많은 장애인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알면 '덜' 할 거라는 믿음이죠.
"과태료를 좀 더 부과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인식개선 그런 공익광고나 교육을 통해서 긍정적인 인식개선의 방향을 추구하고자 대표 발의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매체에서 많이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와 함께 하는 개, 늘 옆에 있는 개, 그래서 항상 누구든지 보셔도 놀라거나 '어머, 이게 뭐지?' 하고 생소해하시는 게 아니라 '어, 늘 옆에 옆에 있던 개, 함께 우리랑 같이 생활하는 개'로 인식해주시는 게... 사실 어떤 한 사람, 어떤 한 기관의 노력보다는 이런 여러분들이 많이 보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이 비춰주시고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분들 마음은 이런 거 아닐까요?
이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분들이 "과태료 물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변해요!"라고 대신 분노해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기자는 뭐 하고 있냐!!"라고 저를 탓하신 분도 계셨고요 (웃음)
'안내견의 하루' 취재를 마친 뒤 기념사진
'과태료보다는 인식개선'을 외치는 이분들을 보면서 뭐랄까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분들은 정말 더불어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구나...' 우리도 그렇잖아요. 원수 돼도 상관없는 사람이랑은 갈 데 까지 가지만, 함께 더불어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존중을 바라잖아요.
김예지 의원과의 대화는 이제껏 제가 국회서 나눴던 대화 중 생산적인 대화 TOP 5에 듭니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늘어나는 추세라는데, '형벌 만능주의'와는 동떨어진 '인식 개선'을 이야기하자 신선하기까지 했습니다. 국회 구성원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앗 삼천포로 빠질 뻔했네요. 언젠가 여기에 대한 글도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