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경쟁률과 퇴직에 관하여
공무원 시험과목에 고등학교 수험과목인 수학, 과학, 사회가 선택과목이라는 이름으로 추가되어 첫 시험을 치른 것이 2013년이다. 9급 공무원 기준으로 공통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와 전문과목 2과목이 직렬마다 조금씩 달랐으나 모든 직렬에 수학, 과학, 사회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당시 수험생들에게는 꽤 큰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그로 인해 선택과목별 난이도 편차를 조정하기 위한 조정점수제가 함께 도입되었는데 이로 인해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할지 초유의 관심사가 되었었다.
그러나 올해 2022년부터는 선택과목과 조정점수제가 폐지되어 10년의 역사를 끝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로써 공무원 시험은 10년 전인 2012년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실제로 언론에서는 2018년에는 41대1이고 2022년은 29대1이라며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실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 요인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채용인원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인원이 응시하더라도 경쟁률이 낮아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체 경쟁률은 29대1 정도로 확실히 낮아보이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행정직렬 전국모집을 보면 93대1, 거의 100대1에 육박한다. 지역모집도 60대1이니 그렇게까지 낮아졌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수준이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차이가 큰데, 역대급으로 적은 인원을 채용했던 2012년 기준으로 보면 똑같은 일반행정 전국모집의 경우 경쟁률이 1000대1을 기록했다. 지역모집도 133대 1이니 2022년과 비교하면 대략 2배정도 경쟁이 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 기사에서는 2030의 수가 줄어든 것과 함께 연금개편 등의 영향이 있다고 발표했는데 글쎄, 그럴 듯해보이지만 크게 납득은 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없던 2019년에는 19만 명 정도가 접수를 했고 다음해인 2020년에는 18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2021년에는 19만 명으로 늘어났다가 올해 2022년에는 3만 명 정도가 줄어든 16만 명이 접수를 했는데 꽤 많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허수를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게다가 응시율을 보면 2019년에는 15만명에서 코로나19 발발 후 13만명으로 줄었으나 2021년에는 다시 15만명으로 늘었다. 2022년에 접수인원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응시율을 봐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10년 전인 2012년에는 접수인원이 15만 명 정도였다. 따라서 접수인원은 과거보다는 분명 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경쟁률이 줄어든 것은 결국 채용인원의 확대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이 된다. 결론적으로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크게 차이나게 줄어든 건 아닌 것 같다.
요즘은 블라인드라는 어플이 있어 대기업이나 공무원 실제 재직자들의 현장감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 불만이라는 점이 문제지만. 최근에도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에 대한 기사를 봤는지 어떤 공무원이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전체적으로 이해가 가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이건 지방공무원의 시점에서 쓰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가공무원의 상황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특히 지방공무원은 이제 접수를 시작해서 얼마나 경쟁률이 치열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저 말을 받아들이기엔 근거가 희박하다.
개인적으로는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MZ세대와 현재까지도 경직되어있는 공무원 조직이 잘 맞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공시생은 그런 점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왜냐하면 실제로 공무원 생활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일단 시험에 합격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런 걱정을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시생 중에서 공무원의 실상을 다 알아보고 준비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정말 떨어진다면 실제로는 다른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또는 보이지 않는 요인에 의해 그렇게 결과만 보일뿐일 수도 있다. 오히려 위와 같은 얘기는 공무원 퇴직률이 증가하는 얘기에 접목시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실제로 공무원의 퇴직률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5년내 퇴사율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이와 관련된 기사도 나온 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안정성 측면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장점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직장의 필요성에 대해서 사람들은 더 체감을 했을 것으로 본다. 일이나 사람이 힘들지언정 짤리지 않으며 매달 월급이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직장이 대한민국에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공무원은 IMF 이전으로 그 위상이 하락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려고 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