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듣는 학교로 발령났다

공무원01. 거기가 어디라고요?

by 이생원

거기가 어디라고요?


"...G초등학교? 생전 처음 들어보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 6개밖에 없는 광역시다.
인구는 많지만 도 지역에 비하면 넓은 곳은 아닌 데다가,
이 지역에 정착한 지도 15년이 넘었으니 왠만한 곳은 다 아는데 모르겠다.

아예 가본적도 없는 동네였고 외곽 지역이었다.

"출퇴근하러면 버스를 2번 갈아타야 하네."

하지만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출퇴근을 해본 경험이 없었으니까.
어쨌든간에 공시생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으니까.




첫 발령지는 첫 단추인데


우리나라는 시작을 중요시한다. 아무렴 시작이 반이라는 치사한 말이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시작이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작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된다는 느낌이 드는데. 문제는 그러다보니 얼마나 제대로 시작을 하느냐가 그 뒤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면 공직생활의 첫 시작, 스타트를 끊게 되는 발령지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보통 교육청 조직을 보면 본청이라 불리는 교육청 밑에 세부 지역을 담당하는 교육지원청이 있다. 그리고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임용 전 발령장을 받기 위해서 교육청으로 향했다. 그리고 G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는데 유초중은 본청 소속이 아니라 교육지원청 소속이었기 때문에 또 다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스무명 남짓하는 동기들 중에 나와 같은 교육지원청으로 발령받은 사람은 고작 4명이었고 그중 3명이 초등학교에 배속되었다.


발령받은 G초등학교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곳에 위치해있었는데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난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직은 서먹서먹한 동기들과 함께 교육지원청으로 향했다. 향하면서 발령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니 두 사람은 집과 거리가 멀지 않았는데 한 명은 아예 집앞이라고 했다.


교육지원청 운영지원과에 들러 행정국장님과 과장님과 차 한 잔을 마시고 출근 전 인사를 드리기 위해 각자 발령지로 이동했는데 나는 버스 대신 택시를 선택했다. 당시 교육지원청 위치로 보면 버스를 탔어도 금방 갔을 텐데 어딘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발령일자는 또 왜 이래?


공시생은 솔직히 공무원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가족이나 친한 사람이 공무원일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그도 아니라면 보통 인터넷에서 하는 얘기를 진짜로 알아듣는다. 물론 소문이 어쨌거나 직접 경험해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는 한데 그저 공시생에 불과했던 내가 발령일자가 1일자가 아니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리가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 2012년 교육청 9급 임용자들은 발령일자가 애매한 날짜로 난 것이다. 보통 공무원은 정기인사를 1월 1일자나 7월 1일자로 발령을 내는데,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정기인사가 끝나고 신규로 임용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각 학교에서 이동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다. 어쩐지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의 그 산만한 분위기는 기분 탓이 아니었다.


이미 G초등학교는 7월 1일자로 발령을 받고 새롭게 오신 분이 두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까지 포함하면 행정실의 주축이 실장님만 빼고 모두 바뀐 것이다. 세출주무관, 세입주무관, 시설주무관이 통째로 바뀌었으니 이 학교의 미래가 불안했을 것이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게다가 나중의 얘기지만 1일자가 아니다보니 처음으로 받은 월급도 조각난 느낌을 받았다. 나보다 호봉이 낮은 여자 동기들은 이 월급으로 어떻게 사냐며 울상이 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Screenshot 2022-02-07 at 11.49.08.jpg 거의 10년전 모습, 지금은 사뭇 다르다.



짤막하게 끝난 첫 인사


사실 공무원 조직이든 어느 조직이든간에 인사는 아직까지고 중요하게 여겨진다. 내가 발령일자에 맞춰 출근을 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혹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만 인사를 드리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공무원은 좀 고리타분한 곳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음료수 한 손에 들고 G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기도 새로운 사람들이 오다보니 부산하기 그지없었다. 행정실 사람들을 소개받기는 했는데 그 사람들도 여기 적응하느라고 정신이 없어보였다. 이름이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차피 내가 있어봤자 도움될 것은 없었다.


실장님도 나를 데리고 학교를 조금 둘러보고 난 다음 궁금한 점 몇 가지 물어보시더니 가보라고 하셨다. 조금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도 있어서 그런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G초등학교의 교문을 나서며 다시 뒤를 돌아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대체 얼마 만의 초등학교인가?

가장 최근에 모교를 들른 적도 있기는 하지만 밤 늦은 시각이라 불꺼진 운동장만이 기억날 뿐이었다.

이제 앞으로 여기가 내 직장이 된다고? 대체 뭔 일을 하는데? 솔직히 실감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내 첫 출근날은 공교롭게도 학교 개교기념일이란다.

실장님께서 옷 편하게 입고 오라고 한 것만 기억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참으로 썰렁한 첫 인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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