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근황 이야기
그간 마음이 어지러웠어요. 읽고 쓰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전에는 '읽을 수'는 있었는데
한 동안은 그것도 안 되더라고요.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책의 성과는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에는 안 찼어요. (읭?)
왜냐면 제게 약간의 망상이 있었거든요.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이 세상에 어떤 반향을 크게 일으킬 줄 알았어요.
제 책으로 인해 세월호 수사도 탄력이 붙고....
꿈이 컸죠.
그 꿈에서 깨어나는 게 조금 힘들었달까?
마음이 심란하니 일상생활도 버겁더라고요.
프로들은 감정이 늘 두 번째던데 저는 아직 멀었나 봐요.ㅠ
더러 글이 읽히는 날에는 현자들의 책을 읽었습니다.
세상을 현상을 이해해 보고 싶으니까.
뭐라도 알고 싶어서 말이죠.
엇 근데 책 뒤에 붕대 감은 발 보이시나요? 예. 맞아요.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저는 앞으로 넘어지면서 엄지발가락을 해 먹었네요.
그리고 이 무렵 코로나까지 걸려 혼자 죽다 살아났어요.
덩치에 안 맞게 면역력 진짜 무엇 ㅠ
건강 좀 챙겨야겠더라고요.
여러분도 건강 잘 챙 기세요잉
아프기 전엔 22개월 쌍둥이 시터 일도 했어요.
글 쓰는 일을 관두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제안받은 일이라 흔쾌히 수락했지요.
하지만 이 일 하면서 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애기 보는 일 자체는 힘들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 보는 일 자체가
보통일이 아니더라고요.,
덕분에 사람이 이렇게 귀하게 크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수입면에서나 노동 강도에 비해서나 글 쓰는 것보다 이 일이 훨씬 낫더라고요.
(하긴 뭔들)
그 후로는 계속 개들만 봤습니다.
물론 앞으로 새털같이 많은 날들 난 무얼 먹고살지.
같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은 늘 했죠.
누구에게나 생존에 대한 공포는 있는 거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새 개들은 많이 컸어요.
이렇게 세월이 가네요.
저희 해탈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20킬로예요.
3킬로 쪼꼬미가 언제 이렇게 컸는지 감회가 새롭습니다.
복주는 잘 있어요.
동생 생기고 나서 정서도 훨씬 안정됐고요.
어딜 가도 눈총 받는 누렁이라 복주는 제가 많이 꾸며줘요.
꾸며주는 심경은 복잡합니다.
지난 일 년간 개들하고 지내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개들의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에는 몰랐어요.
"개는 어디까지나 개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맞아 맞아" 하며 박수 쳤습니다.
글쎄 우리 개만 천재가 아니더라고요?
개들 진짜 멋있어 사람보다 낫군 하면서 읽었어요.
그래서 다음 연재 소재를 갑자기 찾았습니다.
이름하여 #개와 다르지 않은 우리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품종견이 아닌 잡종의
중 대형견을 키우며 겪는 일들,
또 유기견을 키우며 느꼈던 여러 감정들, 사회적 문제들
이런 것들을 개를 통해 가볍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전에 너무 무거운 글을 썼기에
이제 가벼운 주제로 글 쓰며 힐링을 하고 싶달까요.
두둥
오는 9월부터는 오마이뉴스 칼럼 연재 파트에
정기적으로 업로드됩니다.
실은 이 사진 한 장이
쉬고 있는 저를 키보드 앞으로 다시 불러들였어요.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 입학해야 하는 울산의 한 학교에서 같은 학교 엄마들이 등교 반대 시위가 거세니까
노옥희 교육감이 직접 아이들 손잡고 등교한 날
아침의 사진 한 장이요.
보세요.
우리 정말 개 같지 않아요?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타 그룹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태도까지요.
인간은 신의 모상이고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개들하고 뭐 하나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써 보려고요.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커밍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