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감사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에요. 하루 종일 붙들고 있어도 고작 반페이지 정도밖에 못씁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일필휘지로 써내려 가던데, 저는 그 주제가 안 되어 계속해서 썼다 지웁니다. 그런데 이 부족한 글을 많이 사랑해 주시니 요즘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1. 댓글과 대댓글 : 댓글 달아주시는 거 하나하나 다 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댓글마다 전부 대댓글을 달고 싶죠. 그런데 경험에 미루어보니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 악플러가 꼭 생기더라고요. 이상하죠? 네 이상합니다.
댓글 달다가 어쩌다 실수로 하나라도 놓치면 그 사람이 안티가 돼요. '변했다 어쨌다.'그러다 나중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공격을 해오죠. 해서 처음엔 이 공간에서도 별생각 없이 댓글 달았으나 조회수가 올라가니까 어느 순간 두려워지더라고요.
이곳에서만큼은 또다시 악플을 읽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하여 공식적으로 씁니다. 로그인하고 댓글 달고 보통 정성이 아닌데, 그렇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2. 안 물어봤지만 알려드리는 근황 : 지난여름 저는 20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기에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모아놓은 돈도 뾰족한 수도 없는데, 더는 상처 받기 싫어서 그만뒀습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쉬는 사이 살이 많이 쪘어요. 건강은 좀 나빠지고요. 하여 요즘은 '운동을 하자' 마음만 골백번 고쳐 먹고 있는 상태예요. 그리고 사고 후유증, 그러니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때문에 저는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다행히 실력 있는 의사 선생님들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증세가 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하여 더는 죽고 싶다던가 죽이고 싶다던가 하지 않습니다. 한 동안은 약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받아들였어요. 이 병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 관리하는 거다 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 결 편합니다.
3. 사회적 활동 : 2014년 이후로 저는 세월호 이 땅의 모든 아이들에게 참 미안해요. 나는 살아남았다고 그런 세상이 만들어지게 그냥 내버려 둔 건 아닐까 2012년 대선 전에 혹은 그 이전에 사회적으로 좀 더 많은 활동을 해서 이 땅에 국가의 기능을 상실한 그런 정부가 들어서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비슷한 사고의 생존자로서 목소리를 더 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요. 해서 요즘은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됐든 하려고 합니다. 그게 95년 사고에서 살아남은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에도 많이 바빴습니다: 세월호 관련해서 여러 매체와 인터뷰도 했고요. 그런데 소모하는 감정대비 회수하는 결과가 너무 적어서 이제는 제게 주어지는 역할에서 선별적으로 선택해 활동할 예정입니다.
4. 향후 계획 : 이곳에서 "나의 대기업 생존 체험기" 라는 회사생활 관련 글을 한 번 더 연재할 거 에요. 그리고 이렇게 중간중간, 제 생각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글들을 써서 여러분과 이야기 나눌 생각입니다.
어느덧 겨울이네요. 여러분 모두 영문도 모르고 괜히 혹은 쓸데없이 그냥 막 기분 좋은 날들 보내시길 바랄게요. 저 또한 그럴 테니. 그럼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 또 봬요:)
그럼 이만
산만 언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