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꿈

2025년 겨울, 그리고 여름

by 이서연

1월의 겨울, 월정사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 인생은 한 낱 꿈이라고 말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일간의 시간 동안 나는 행복과 설렘을, 동시에 아픔과 서운함을 느꼈다. 방문을 활짝 열어 두고 빨래를 개며 바라본 눈 내리는 풍경, 차가운 절의 밤공기와 쏟아질 듯한 별들, 아침에 쓸어놓아 수북한 눈 언덕들. 그 모든 순간이 꿈처럼 다가왔다.


월정사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뒤 나는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상원사로 향했다. 상원사로 오르는 버스 안에서 눈앞에 펼쳐진 설국을 바라보니, 그 말을 다시 떠올랐다. "모든 건 한낱 꿈. 산다는 건 그저 찰나의 꿈일 뿐이다." 다시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곳에서 만난 인연과 느꼈던 감정들, 아름다웠던 풍경은 모두 꿈결처럼 남았다.


그 후로 어느새 여섯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낸 뒤에 내게 남은 것은 허무함뿐이었다. 설국을 바라보며 설레던 마음은 어느새 무미건조해져 있었고, 언제나 아름답게 보였던 달도 그 빛을 잃어갔다.

7월이 되자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되었다. 창밖으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자, 슬프게도 지난 기억들이 떠올랐다. 휴대폰에서 재작년 가장 좋아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늘 듣던 노래였는데 이제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계절도 화자도, 마음에 남던 구절마저 모두 변해 있었다. 나는 다시 혼자 남겨졌고, 내게 남은 것은 그저 흐릿해져 가는 기억뿐이다. 그럼에도 내게 위안을 주는 건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듯 공허함이 밀려왔지만, 이상하게도 홀로 바라보는 보름달이 다시금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순간 알지 못했던 세계가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아주 먼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문득 헤르만 헤세의 문장이 떠올랐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나는 이제서야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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