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연휴의 기록

2024년 가을

by 이서연

살아간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외로움은 외로움을 부른다고, 아주 오래전 생각했었다.

작년 추석, 긴 연휴 동안 나는 내리 잠만 잤다. 몽롱한 꿈을 꾸다가 문득 눈이 떠지면 뭘 해야 할지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침대에 누워 창 밖을 보니, 창문 너머로 별자리가 보였다. 나는 창문을 열고 가만히 별자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비행기 한 대가 반짝이며 지나갔다. 새벽 두 시였다. 이 시간에 비행기라니. 어디로 가는 걸까. 그 안에는 누가 있을까.


나는 한동안 어딘가 아주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과거는 없고 현재와 미래만 있는 곳으로.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동해행 기차표를 끊는 일뿐이었다. 나는 언제나 비겁한 사람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원하는 걸 이뤄낼 용기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단 하나도 손에서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연휴의 막바지, 그렇게 떠난 동해 여행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나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와 보니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도망친다고 해서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을 왜 나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렇지만 그것도 여행의 한 부분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오히려 느낀 점이 많았다.

도피가 최선은 아니라는 것.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낭만과 현실은 다소 다르다는 것. 동해에 도착한 첫날, 택시기사님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비가 내려 아쉽다고 하자, 기사님은 "비가 와도 그거 나름대로 좋은 것 아니겠냐, 자연의 이치를 어쩔 수 있겠냐"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야 말로, 어떻게 살 것인 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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