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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May 25. 2023

서른하나의 단상

어릴 때에는 서른이 되는 게 막연하게 두려웠었다. 그런데 막상 서른이 되어보니 지금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십 대에는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였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 것 같다.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다.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그렇다고 완전히 편안해졌다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또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블로그에도 글을 쓰는데, 블로그를 보다가 브런치를 보면 자아가 두 개인가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즐거운 나도 나고 우울한 나도 나다. 나의 마음은 너무나 다양하다. 이제는 그걸 안다. 나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또 나를 정의 내리려 하고 싶지 않다.


책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적은 다이어리를 보았다. 그곳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비 오는 게 정말 싫었는데 요즘엔 비 오는 게 싫지 않다. 어느 순간 그럴 때가 있다. 싫었던 게 한순간 좋아지고, 너무 좋았던 게 한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지금은 영원하지 않다. 나도 언젠가 변한다."

그렇다. 지금은 영원하지 않다. 나의 마음도 지금도,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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