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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Jun 11. 2023

여행을 마치고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다고 했다.

천둥 번개가 매섭게 치던 날 밤이 지나고 날이 맑게 개었다. 그래서일까, 그날 아침 따라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홀로 땡볕을 걷고 걸어 리조트 수영장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일행들은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친구가 빌려준 책 양귀자의 모순을 읽었다. 파란 하늘 아래 누워 책을 읽고 있으니 저절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그리움을 느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갈 테고 이 순간도 끝이 오겠지. 그래서 나는 행복한 순간에 슬프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이 끝난 후 고요한 교실에서 펄럭이는 커튼과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이 순간을 영원토록 그리워하겠구나 생각했다. 열아홉 여름의 끝자락, 나는 그 순간을 한참 동안 눈에 담았다.


나는 떠나갈 모든 것들이 두려운가 보다. 결국 맞이할 마지막이 벌써부터 애달프다. 마치 결말이난 드라마를 돌려보며 지나간 순간을 되새기는 것처럼 나는 다시 오지 않을 내 인생의 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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