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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하다 보면 알게 된다

보고를 하다 보면 사람이 보인다

by Faust Luc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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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하다 보면 알게 된다


보고(報告)란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이라 한다. 군에서 인식되는 의미는 아랫사람이 상급자에게, 하부조직에서 상부조직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보고를 통해 결심, 승인을 받거나 이해를 시켜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의 것이 뒤 따른다. 어떤 형태이든 결과가 없는 보고는 불필요한 것이고 무의미한 노력 낭비일 뿐이다.


이 정도로만 결과가 나와도 문서 작성 연습 한 셈 치거나 논리적 사고 절차를 통해 상하 간에 소통을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있다. 보고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깨지는 경우도 있다. 상급자는 지침을 주었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는 부하로, 하급자는 지침도 없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급자로 여기게 되면 최악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어떤 상급자는 구두 지침도 없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후 A-4지 한 장 짜리 보고서를 만드는데 수정에 수정을 반복하여 A-4지 한 박스를 낭비하게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하급자도 머리를 굴린다.


ver. 1~xxx 또는 ver. 1-1~25-8 등 숫자가 마구 늘어나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몇 개 안에서 반복 순환하게 된다. 늘어나는 숫자만큼 하급자의 눈에 자기 생각이 없는 상급자로 강하게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상급자가 주는 보고서 작성 지침을 받고 나면 어떨까? 최근 예비역이 되신 분이 보내 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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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근무한 모씨는 지침 준다는 게 지렁이 기어가는 상형문자 몇 줄 주곤 하던데 그놈 해독하는 게 더 어렵더라.'


'육본에서 만났던 우리 과장 김 모 예비역 장군은 지침이라고는 네모, 세모, 동그라미, 지렁이 몇 마리밖에 없었다.'


뭐 본인도 할 말은 있겠지만, 이런 상급자는 불쌍하다. 부하가 이해하게 끔 지침을 정확히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작성하면 된다. 자기 생각을 말이나 단어로 표현 못하는 꼴이다.


'알아서 잘 좀 만들어주라!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생각 좀 하자!'


이렇게 자신의 부족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은 부끄럽거나 권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데...


이런 경우, 둘의 관계는 뻔하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상하 간에 불신이나 감정적 마찰이 생기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부대의 성패는 지휘관에게 있다, 부대를 단결, 화합하게 해야 한다.'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에 나오는 말이다. 자격이 없는 지휘관, 상급자는 스스로 이 말들을 곱씹어 봐야 한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성품이나 리더십에 문제가 있거나 직무능력이 없는 것이다.


어느 스포츠 잡지에서 감독들을 상대로 설문을 했던 결과가 떠오른다.


'마음에 드는 선수만으로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 감독은 팀원의 특성을 꼼꼼히 파악하여 모두의 장점을 극대화 함으로써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경기에 졌다고 선수 탓하는 감독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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