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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Nov 20. 2021

자네 밥값은 했나?   

자네 밥값은 했나?   211117  석천


세상 모든 것들은 제 위치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이제야 깨닫는 게 씁쓸할 뿐이다.


부대 식당 입구에 쓰인 글귀가 있다


'밥값은 했는가?'


오고 가는 군인들이 그걸 보고 웃는다.


너 오늘 한 게 뭐 있어?


보고서 만들고 신고시키고 전화받고...


그래서 산물이 뭔~데?


세네 명이서 낄낄거리며 들어간다. 그걸 보노라니 재미있다. 그러면서 불쑥 드는 생각!


나는 뭐했지? 아침에 늦게 일어나 밥 대신 국물에 밥 두어 숟가락, 출근해서 믹스커피 반잔 마시니 06:30분이다. 어제 야근한 간부들이 올려놓은 보고서가 보인다. 다들 공통점이 보인다


'초안입니다. ㅇㅇ올림!'

'지침 주시면 보완하겠습니다'


포스트잇, 보고서 여백에 공통적으로 써 놓은 문구다. 맨날 초안이란다. 도대체 언제 완성 안을 보고할 건지? 자기 인생도 초안으로 살려나? 지침은 이미 주었고 결론도 정해 주었는데...


수북한 A4 지를 대충 보고 나니 07:30


상황보고 내용을 미리 보기 위해 지휘통제실로 내려간다. 뒤에서 잰걸음 소리가 들린다. 이럴 때 꼭 한 명씩 따라오며 대충 보고하려는 이가 있다.


'회의 끝나고 제대로 보고해!'


시간에 쫓길 때 불쑥 나타나 대충 보고하려는 버릇을 고칠 수 없나 보다. 회의와 관련도 없고 긴박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이런 업무 스타일을 배웠는지 한심하다.


벌써 보고 화면은 넘어가고 있다. 상급부대 활동 중 성희롱 방지대책 검토, 인명사고 예방 대토론회 계획 보고가 눈에 들어온다. 전화를 한다.


그거 왜 안 하는 거죠? 배경이  뭐지? 어느 부대에서 있었던 사건인가요?


네, ㅇㅇ부대에서 문제가 있어 가지고 후속조치 차원에서 하는 겁니다. 자세한 사항은 2차 가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좀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벌써 08:20이다. 또 한참 할 상황 평가회의를 고려 떨어진 니코틴을 보충해야겠다. 돌아보니 오늘은 아직 한 개비도 안 피웠다. 빨리 갔다 와야겠다. 가는데 3분, 오는데 3분, 남는 시간은 4분! 빡빡하다. 지휘관보다 먼저 않자 있어야 하니 최소 1분 빼고... 2분밖에 없다.


근데 이건 뭐냐?


오늘따라 그분이 빨리 내려오신다. 이래서 계급 높으면 좀 게을러야 한다는 말이 구전되는 것 같다. 바로 아침 회의가 시작된다. 야간에 있었던 작전 결과, 대비태세 상태, 주요 부대 운영 등에 관한 평가회의는 끝났다.


이어서 참모들 간 업무 협조 토의, 심의 등을 하고 나니 10:00가 넘었다. 동료들과 좀 여유 있게 커피 한 잔 하며 상하 급부대의 업무와 사건사고 뒷 이야기, 지휘관 지시사항의 배경 이야기 등을 이러쿵저러쿵 교환한다.


저기서 A4 지를 들고 누군가 종종걸음으로 온다. 참모 중 한 명은 옆으로 빠져 좀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먼저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겠다며 사라진다. 또 누가 온다.


'현부심 심의 준비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리되었나?'라며 사무실에 가니 심의위원 몇 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지나 자리에 앉으니 책상 한쪽에는 또 보고서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의견은 핵심만 말합시다. 진행하시오!'


참 대상도 많고 사건사고와 관련된 사연도 많다. 이런 병사들을 직접 관리하는 간부들의 스트레스도 작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핵심만 간결히 제시하며 빨리 끝내자 했건만 시간은 11:00을 이미 넘었다.


'수고들 했어요.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가 예하부대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또 젊은 청춘을 구하는 것이니 파이팅합시다!'


다들 보내고 다시 의자로 돌아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두 명이 따라온다.


'오후에 갑자기 ㅇㅇㅇㅇ에서 화상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ㅇㅇ님 참석 대상이십니다'


'알았어. 관련 현황 좀 준비해줘'


그리고 연이어 과장, 실무자 몇 명이 노트, 보고서 등을 들고 왔다 갔다 하더 좀 조용해졌다. 드디어 책상 한편에 있는 보고서를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사무실 전화기가 방해를 한다. 번호부터 본다.


' ㅇㅇ! 전화 당겨 받아!'


또 전화가 울린다. ㅇㅇㅇ이다.


받아야 하는 전화다.


'충성!'


'ㅇㅇ에 관한 거 점심때 보고하자! 확인되었나?'


'예! 보고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전화를 한다.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내일 보고하려고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알았으니 지금까지 된 것만 가지고 오라며 끊는다. 허둥지둥하다 보니 11:50분 알람이 울린다. 식당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사무실을 나와 건물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시원하다. 식당으로 걸어가는데 벌써 식사를 하고 배를 쭉 내밀고 가는 이들도 있다.


'충성~~ ㅇㅇ님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그래, 고마워!'


'이런 뚱땡이들! 밥값은 하고 다니나? 부럽기도 하다' 잠시 생각할 찰나에 ㅇㅇ장교가 따라오며 포스트잇을 주며 뭐라 뭐라 보고한다.


'알았어. 수고했다. 밥 맛있게 먹어!'


눈을 들어보니 식당 입구이다. 매일 보던 글귀가 보인다.


'밥값은 했는가?'

세상 모든 것들은 제 위치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이제야 깨닫는 게 씁쓸할 뿐이다.


부대 식당 입구에 쓰인 글귀가 있다


'밥값은 했는가?'


오고 가는 군인들이 그걸 보고 웃는다.


너 오늘 한 게 뭐 있어?


보고서 만들고 신고시키고 전화받고...


그래서 산물이 뭔~데?


세네 명이서 낄낄거리며 들어간다. 그걸 보노라니 재미있다. 그러면서 불쑥 드는 생각!


나는 뭐했지? 아침에 늦게 일어나 밥 대신 국물에 밥 두어 숟가락, 출근해서 믹스커피 반잔 마시니 06:30분이다. 어제 야근한 간부들이 올려놓은 보고서가 보인다. 다들 공통점이 보인다


'초안입니다. ㅇㅇ올림!'

'지침 주시면 보완하겠습니다'


포스트잇, 보고서 여백에 공통적으로 써 놓은 문구다. 맨날 초안이란다. 도대체 언제 완성 안을 보고할 건지? 자기 인생도 초안으로 살려나? 지침은 이미 주었고 결론도 정해 주었는데...


수북한 A4 지를 대충 보고 나니 07:30


상황보고 내용을 미리 보기 위해 지휘통제실로 내려간다. 뒤에서 잰걸음 소리가 들린다. 이럴 때 꼭 한 명씩 따라오며 대충 보고하려는 이가 있다.


'회의 끝나고 제대로 보고해!'


시간에 쫓길 때 불쑥 나타나 대충 보고하려는 버릇을 고칠 수 없나 보다. 회의와 관련도 없고 긴박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이런 업무 스타일을 배웠는지 한심하다.


벌써 보고 화면은 넘어가고 있다. 상급부대 활동 중 성희롱 방지대책 검토, 인명사고 예방 대토론회 계획 보고가 눈에 들어온다. 전화를 한다.


그거 왜 안 하는 거죠? 배경이  뭐지? 어느 부대에서 있었던 사건인가요?


네, ㅇㅇ부대에서 문제가 있어 가지고 후속조치 차원에서 하는 겁니다. 자세한 사항은 2차 가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좀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벌써 08:20이다. 또 한참 할 상황 평가회의를 고려 떨어진 니코틴을 보충해야겠다. 돌아보니 오늘은 아직 한 개비도 안 피웠다. 빨리 갔다 와야겠다. 가는데 3분, 오는데 3분, 남는 시간은 4분! 빡빡하다. 지휘관보다 먼저 않자 있어야 하니 최소 1분 빼고... 2분밖에 없다.


근데 이건 뭐냐?


오늘따라 그분이 빨리 내려오신다. 이래서 계급 높으면 좀 게을러야 한다는 말이 구전되는 것 같다. 바로 아침 회의가 시작된다. 야간에 있었던 작전 결과, 대비태세 상태, 주요 부대 운영 등에 관한 평가회의는 끝났다.


이어서 참모들 간 업무 협조 토의, 심의 등을 하고 나니 10:00가 넘었다. 동료들과 좀 여유 있게 커피 한 잔 하며 상하 급부대의 업무와 사건사고 뒷 이야기, 지휘관 지시사항의 배경 이야기 등을 이러쿵저러쿵 교환한다.


저기서 A4 지를 들고 누군가 종종걸음으로 온다. 참모 중 한 명은 옆으로 빠져 좀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먼저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겠다며 사라진다. 또 누가 온다.


'현부심 심의 준비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리되었나?'라며 사무실에 가니 심의위원 몇 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지나 자리에 앉으니 책상 한쪽에는 또 보고서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의견은 핵심만 말합시다. 진행하시오!'


참 대상도 많고 사건사고와 관련된 사연도 많다. 이런 병사들을 직접 관리하는 간부들의 스트레스도 작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핵심만 간결히 제시하며 빨리 끝내자 했건만 시간은 11:00을 이미 넘었다.


'수고들 했어요.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가 예하부대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또 젊은 청춘을 구하는 것이니 파이팅합시다!'


다들 보내고 다시 의자로 돌아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두 명이 따라온다.


'오후에 갑자기 ㅇㅇㅇㅇ에서 화상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ㅇㅇ님 참석 대상이십니다'


'알았어. 관련 현황 좀 준비해줘'


그리고 연이어 과장, 실무자 몇 명이 노트, 보고서 등을 들고 왔다 갔다 하더 좀 조용해졌다. 드디어 책상 한편에 있는 보고서를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사무실 전화기가 방해를 한다. 번호부터 본다.


' ㅇㅇ! 전화 당겨 받아!'


또 전화가 울린다. ㅇㅇㅇ이다.


받아야 하는 전화다.


'충성!'


'ㅇㅇ에 관한 거 점심때 보고하자! 확인되었나?'


'예! 보고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전화를 한다.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 내일 보고하려고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알았으니 지금까지 된 것만 가지고 오라며 끊는다. 허둥지둥하다 보니 11:50분 알람이 울린다. 식당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사무실을 나와 건물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시원하다. 식당으로 걸어가는데 벌써 식사를 하고 배를 쭉 내밀고 가는 이들도 있다.


'충성~~ ㅇㅇ님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그래, 고마워!'


'이런 뚱땡이들! 밥값은 하고 다니나? 부럽기도 하다' 잠시 생각할 찰나에 ㅇㅇ장교가 따라오며 포스트잇을 주며 뭐라 뭐라 보고한다.


'알았어. 수고했다. 밥 맛있게 먹어!'


눈을 들어보니 식당 입구이다. 매일 보던 글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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