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as Nov 20. 2021

< 석천 편지 21-9호 >

< 석천 편지 21-9호 >


수신 : 겨울을 함께 할 전우


제목: 찬 비 맞으며 낙엽을 태우며


겨울비 내려와 춥군요! 아무 말없는 차가운 냉기가 가득한 마지막 계절의 초입에 우리는 와  있습니다.


한 가지 색으로 세상은 덮일 것 같습니다. 눈꽃을 보고 꿈틀거리며 세상에 나오려던 새싹도 볼 것입니다. 여러분과 같이 보겠죠!


이제는 겨울비 내리는 어둠 속에서 신록과 초록의 흔적들을 태우며 눈물도 훔칩니다. 차가운 연기가 지난 시간 속 기억들을 흐리게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희로애락의 파도가 날리는 하얀 포말 같은 것이라 했나요? 물방울이라 했나요?


빗물에 흠뻑 젖은 낙엽은 불꽃을 거부합니다. 자욱한 연기로 저항합니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한 창 물 올라 꽃 피우고 색동옷 갈아입던 그때로 가려는 소리 없는 흰색 몸짓인가 봅니다.


아니면 어딘가에 떨어진 꽃씨들을 후손으로 여기며 한 겨울을 잘 이겨내라는 축복의 향연인가요? 그들은 바짝 말라 땅바닥에 이리저리 뒹굴면서 밟히며 부서지고 으깨지면서도 스스로의 도리를 다하려 하는 듯합니다.


선인들은 낙엽을 태우면서 지난 시간을 반성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나와 새싹으로 희망을, 꽃으로 아름다움과 열매까지 주는 그들의 주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배움이겠지요.


여러분의 올 한 해는 어떠했는지요? 제가 가진 삶의 작은 원칙 하나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오기 전보다 조금이나마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가자!'


허황된 바람이지요! 매년 이 맘 때면 반성합니다. 여러분의 한 해는 어떠했나요? 코로나 핑계, 남 탓, 세상 탓 등 변명 거리도 많지요.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시간이란 놈은 우리 곁에서 낙엽의 주검도 찾기 힘들게 할 것입니다.


육신의 심장이야 언제인가는 멈추겠지만 영혼의 심장은 영원히 설레어하지 않을까요?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셨고 가슴 뛰는 내년 호랑이 띠 해에 목표를 세워보기를 권합니다.


자발적 군기로 무장, 삶의 본질, 나에 대한 도리는 해야 합니다.


211113. 겨울비 속에서 흰 눈을 기다리며

작가의 이전글 자꾸 눈물이 나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