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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Sep 01. 2022

아직도 탈영을 꿈꾸는가? 20210107

첫날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


아직도 탈영을 꿈꾸는가? 20210107


첫날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


'뭔가 이건 아닌데...'

'약간은 속은 듯한 느낌도 왔다'


분명 학교인데 군대이다. 어색한 군복으로 갈아 입었다. 입고 온 옷은 엉성하게 포장해 반납했다. 곧 이어 우리를 다 모이게 한 후 군복을 깔끔하게 착용하고 반짝이는 하이버를 쓴 군인이 한 마디했다.


'지금부터 교육 목적상 경어를 생략한다!'


그렇게 시작된 군 생활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32번째 그 날이 된다. 대략 계산해보니 11,680일?  1월 21일 가입교했으니 거기서 10일을 뺀 11,670일 쯤 될 것이다.


참 길다면 길고 짪다면 짧은 기간이다. 그런데 아직도 출근하기 싫을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컨디션이 안좋거나 전날 무리해서 몸이 피곤하거나 할 때이다. 가끔은 별다른 이유없이 그럴 때도 있다.


참 이상하다!


지금까지 인생의 반 이상을 군복을 입고 살아 왔다. 초등학교를 포함하면 인생의 90% 이상을 이렇게 등교, 출근 등으로 아침부터 시간에 쫓기며 살아 왔는데도 적응이 덜 된 것일까?


할 일이 없는 하루, 집을 나설 일이 없는 하루는 사는 게 아니다.


해질 녁 어둠이 찾아오면 그런 하루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 집콕한 날은 더하다. 그저 숨만 쉬었고 밥만 먹었던 기억 밖에 남지 않는다. 이런 날은 집으로부터의 탈영을 했어야 했다.


탈영(脫營)이란 '군인이 병영(兵營)을 빠져 도망하는 것'이다. 군인이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나 도망하는 것이란 뜻이다. 아직까지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언제인가는 탈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슬픈 날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일탈의 슬픔을 굳이 동경한 소년!


군인에게 탈영이 있다면 보통의 사람에게는 일탈이 있다. 일탈(逸脱)이란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이란 뜻이다. 이 때 逸은 '길을 잃다'란 속 뜻이 있다고 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헤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일상으로 부터의 일탈을 꿈꾼다. 여행도 그렇다. 누군가는 못가 본 길이 아름답다고도 했다. 그 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있어야 할 곳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장돌뱅이! 역마살! 방랑자! 나그네!


있어야 할 곳이 일정치 않는 사람들에게 따라다니는 단어들이다. 이들에게는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일탈일 것이다. 여기저기 옮겨 다닌 길을 벗어나게 되면 탈영한 군인처럼 불안할까?



구속으로 부터의 일탈 = 자유


탈영은 군인이 여러가지 제약과 통제 등으로 부터 무책임하게 도피하는 것이다. 그 순간 군인에서 범죄자로 신분이 변화 된다. 기본적으로 군인은 구속된 상태이다. 그 안에서 일상의 연속이다.


최근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었던 예비역을 만났다. 첫 만남 부터 고개가 숙여졌다. 한 직장에서 정년 퇴직을 하고 이어서 관련 업종에서 일하시는 전문가이다.


일반적인 교수니 박사니 전문가니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강연을 들어도 그저 그랬던 것과는 달랐다. 전문지식과 통찰의 깊이와 겸손이  인상 깊었다.

그 분이야 어떻게 느껴쓸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첫 인연이 시작되어 가끔 전화도 주고 받았다.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보다는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낫지요. 중간 쯤에서 보시죠?'


'네,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뵙겠습니다.'


'제가 일산에 있으니 종로 정도면 어떨까요?'


'아~ 저는 거기까지는 못 갑니다. 사적으로 갈 수 있는 지역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럼, 주말은 어떠세요?'


'주말도 똑 같고 휴가때는 가능한데, 지금은 좀 그렇습니다.'


거리가 52km,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되는 거리였다. 일반적인 간부나 병사들이 2시간 이내에서 서울 일부와 파주까지도 갈 수 있으니 그런 모습들을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들보다 계급이 높으니 당연히 좀 더 자유로울 것으로 짐작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한 때 시공간적 제약없이 전국을 마음껏 다녔던 때가 꿈 같다.



군대와 감옥은 같다?


직업을 선택하게된 이유와 사연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원하던지 그렇지 않았던지 저마다 갈등과 번민이 없을리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간절히 원하고 희망한 직업이지만 어떨 때는 기로에 놓일 때도 있다.


한 장교가 여러 이유로 사주팔자인지 점인지를 보았다. 이런 것들은 과학적 증명이나 논리적 근거도 없다. 그런걸 믿지 않지만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 가끔은 흥미롭다.


'평생을 감옥에 있어야 하는데 직업이 무엇이냐?'


'현재 군복을 입고 있는데요'


'잘 되었네. 거기나 감옥이나 같잖아!'


다들 동감했다고 한다. 무속인의 눈에는 넘다란 교도소 담장에 갇혀 사는 모습이나 군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차고 사는 것이 같았나 보다. 죄수들에게 담장 너머 세상은 군복을 벗은 군인의 자유와 같을 것이다.


그 선배가 생각난다. 지금은 어디에 갇혀 지내는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군대가 감옥이라 생각하고 군복을 족쇄로 여기며 살았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살고 있을 것이다.


참고 견딤의 끝은 얼마나 달콤할까?


오늘의 부자유를 일상사로 여기면 그 안에 자유가 있다.


일본 소설 대망에 나오는 말이다. 거의 평생을 볼모로 갇혀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한 말이라고 한다. 볼모는 감옥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 부자유를 일상사로 살은 긍정과 낙천의 최고자임에  분명하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두르지 말지어다


부자유를 일상사로 생각하면 그리 부족한 것은 없는 법! 마음에 욕망이 샘솟거든 곤궁할 때를 생각할지어다...


참고 견딤의 끝은 얼마나 달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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