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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Sep 15. 2022

가을이 오면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겨울이 가을을 전령으로 보내셨네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오면 20220914


계절은 쉬지 않고 달리고 달려 어느새 9월이 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다르다. 언제 그리 더웠냐는 듯 쌀쌀하기까지 하다. 하기야 입추가 지난지도 근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부대와 숙소가 강원도 산 속에 있으니 다른 곳과는 분명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여름의 녹음은 그 푸르름이 꺾였다. 그 중에는 간간히 성격도 급하게 월동을 준비하는 나무가 눈에 띄기도 한다. 이런 변화를 보노라면 배우는 것이 있다.

'유비무환'

군복을 입고 수도없이 듣고 말했던 사자성어이다.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비해야 된다는 뜻이다. 출퇴근 길에 다가 올 계절을 대비하는 나무들을 보면 여러 생각들이 떠 오른다. 그 중에서 단 한번도 뒤로 가지 않는 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줄기차게 달음질치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럴때면 입에서 자연스럽게 읊조리는 노래가 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한번 쯤 들어 봄직한 '가는 세월'이라는 곡의 일부이다. 서유석(45년생)씨가 28살 때인 73년도 부터 부르다가 76년도에 정식으로 발표하였다. 지금이야 70대 중반이 되신 분이지만 20대에 이 노래를 부르셨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한 때는 영원히 현역으로 남을 것이고 전역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잊고 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동기들을 포함해서 자주 접하는 선후배들과 대화하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인생 2모작'이다.

'살기 바빠 가는 세월 모르고 살아 왔는데
내 나이 언제 벌써 여기까지 왔는지'

참 시간은 빠르고 빠르다. 엊그제 군대 간다던 친구 아들이 내일 모레 제대한다는 것처럼...
태풍이 기승을 부리던 때에 월동 준비를 언급하니 황당하다는 표정의 실무자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어쩌면 그 속에서 내 얼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추석을 맞아 본가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아버님이 나즈막히

"니가 내 앞에서 그런 이야기하기에는 거시기하지 않냐?" 하신다.

연휴를 이런저런 생각으로 보내고 다시 강원도로 왔다. 도심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어른신들이 많이들 보이신다. 구부정한 허리, 삶의 흔적이 깊이 패인 주름  가득한 얼굴, 벌써 꺼내 입으신 초겨울 두꺼운 옷! 원래 추운 곳이어서 그런지, 연세가 많으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도 준비하셨다. 이제 곧 퇴근길에 낙엽을 태우는 연기를 보게 될 것이다. 해는 어느새 산 너머로 가고 벌써 산 그림자 때문인지 해가 빨리 진 것 때문인지 주변이 어둡다. 쓸데없는 감상을 뒤로하고 얼른 집에 들어가 스웨터ㆍ코트ㆍ장갑 등 겨울 옷들이나 서둘러 찾어봐야겠다

석천 김경연 (후직 방랑식객)
강원도 인제 신수리 이장

저서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예미, 2022)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청원, 2020)


https://music.youtube.com/watch?v=bB_qmaCjx94&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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