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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Oct 04. 2022

대령의 딸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 #군인도잘모르는군대이야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 #군인도잘모르는군대이야기


딸의 권리, 아빠의 책임(1-1)    20190609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쁜 딸 하영이가 아빠의 책임을 자신의 권리와 연관짓기 시작했다. 이미 그 아빠의 책임을 알고 실천하고 있었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다. 우리의 전통적 아버지 상에 충실하려했고 최근 트렌드에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 번에는 직접 말로 표현하며 요구했다. 혹 예전에도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인식을 못했거나 둔하거나 뭐 별 차이는 없다. 그 동안 딸로서의 권리 주장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나름대로 조금 부족한 면은 있지만 전통적인 부성에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고 있던 터였다.


여기에 더해 아버지, 어머니도 할아버지, 할머니로서 자발적으로 책임을 다하려 하신다. 그분들이야 우리 형제에게도 그러신 분들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어린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그 뜻을 헤아려 챙기신다. 아빠를 따라 이곳저곳을 이사를 자주하면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까봐 집도 미리 준비했다.


마침 서울에서 같이 살기 위해 미리부터 사시던 부산 집을 정리하여 분당에 작은 집을 사두기도 했다. 또한 경기도 이천 시골로 임지를 옮길 땐 집이 좁은 편이라 생각되어 거금의 대출을 받아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도 했다.


아이가 입이 짧아 반찬도 좋아하는 것, 어린이 성장에 좋다는 건강식 위주로 챙기셨다. 이런 분위기처럼 언제부터인가 우리집 모든 의사 결정의 첫번째 고려 대상은 당연히 하영이였다.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에 가게 되었다. 집에 가끔 오면 귀한 손님이 오신 것처럼 최고의 예우로 모신다. 가족이지만 손님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공부하는데 조금의 스트레스도 받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오는데 조금의 불편함도 없게 귀가, 귀교때는 모시고 오고간다.


얼마 전까지 이런 패턴에 아빠인 내 몫은 없었다. 더구나 집에 오더라도 대화는 주로 엄마와 한다. 가끔은 둘이서 방안에 들어가 밖에서는 들리지도 않게 소근소근 오랫동안 이야기 꽂도 피운다. 거실로 나올 때는 얼굴에 뿌듯함, 환한 미소가 가득이다. 사람관계가 모녀간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몰래 들어보면 시덥지도 않은 일이다. 예전에 '어릴 때 서운했다. 그 때 왜 그랬냐' 등 좀 심할 땐 밖으로 나와 울그락불그락 하며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한다. '아이하고 좀 그러지 마라'고 하면 화살이 내게 날아 온다. '어쩜 그리 지네 아빠랑 똑 닮았다. 판박이다. 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 알겠다'는 등


딸아이도 비슷하다. '엄마 가끔 보는데 말을 좀 들어주면 안될까, 너만 스트레스 받는 건 아닌데, 엄마가 너 얼마나 아끼는데' 이러다 역시 한마디 듣는다. '아빠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언제부터인가 둘의 대화가 시작되면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짐승같은 촉으로 나에게 날아 올 불똥을 예감하는 것이다. 둘이 승부가 날 수 없는 전투를 하면 피해야 한다. 적어도 그 여진으로 인한 화풀이 센터는 되지 않아야 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이런 좋지않은 불길한 분위기를 귀신처럼 맞춘다. 애매한 상황을 피하는 원칙도 정립했다.


'1도 2부 3백 4기 5병 '


첫째, '1도'이다.

'1단 도망'이다. 두 딸 사이에 마찰이 생기면 그 자리를 신속히 피한다. 싸움터 근처에 있다가 자칫 파편상이나 유탄을 맞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다. 괜히 어느 쪽 말이 맞느냐?  등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선택을 강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문 경우이지만 그 다툼의 원인이 내가 될 때도 있었다. 괜히 늦게 들어와서 각자 방에서 제 할 일 하고 있다가 인사 한답시고 나온다. 그냥 다시 들어 가면 될 것인데 이야기가 시작되어 주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잡히는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둘째, '2부'이다.

논쟁거리가 되거나 사실 확인 등의 사항은 부인한다. 지난 일을 확인하는 과정의 단계로 맞냐? 틀리냐? 등의 질문에 '아니다, 잘 모르겠다' 라고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때 그렇게 말했지 않느냐?  그랬지 않느냐? 이런 질문이 대부분인데 모두 자기 유리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과거를 자기 유리하게 기억하고 해석하려는 심리가 있는 게 확실하다. '회상성 기억조작' 이라 했던가? '자기 방어를 위해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조작하는 것' 이라는 이론은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엄마와 딸이 같은 사실에 대해 당시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각자 다르게 해석하고 기억 저장소에 보관한다. 그러니 실제 팩트를 말해도 본인에게 불리한 사실은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 한 쪽에게서는 비판이 나 올 것이다. 심리학자들을 대단하다 해야하나? 당연한 걸 그 고생해서 정리하느라 수고했다 해야하나?


셋째, '3빽'이다.

든든한 빽이 되시는 부모님께로 도망하는 것이다. 집안의 최고 어른신들과 있으면 안전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척 하다가 잠든 척 하면 만사 오케이다. 역시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든든한 빽이시다.


넷째, '4기'이다.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데 뭐라 할 것인가? 이리저리 설명하고 상기시키려 하지만 정말 기억이 안나는 것을 어쩌랴?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기 방어기제가 아닌가 자가진단 해 본다. 전문 용어로는 '회상성 기억조작'이라 한다.'여기에 해당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여러가지 증상이 있던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기억 자체가 불가능한 '완전성 기억상실'은 아닌 것 같다. 완전 기억상실이 될 만큼 뇌가 손상되지 않았고 일상 생활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하 나머지 증상은 모두 해당된다.


첫째, 장기 기억상실이다. 옛날 기억을 부분적으로 잃어 버려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애매한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최고다.


둘째, 단기 기억상실이다. 바로 전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가장 흔한 기억상실증이다.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으나 다른 생각하다가 못들었다고 둘러대며 피해 간다.


세째, 역행성 기억상실은 트라우마 발생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서 자주 나온다. 예를 들어보면 교통사고 등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사람이 또 다른 어떤 충격에 의해 그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이다. 이것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넷째, 순행성 기억상실은 역행성 기억상실과 반대로 원인 뒤의 일을 기억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억을 못하는 기간이 있으며, 몇 시간부터 몇 달이 되는 경우 등 그 기간은 다양하다고 한다.


다섯째 '5병'이다.

아프다고 하는 것이다. 말도 시키지 말고 아픈 사람 가만히 두라는 것이다. 아프니까 좀 쉬면서 편하게 자면 되는 것이다. 최후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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