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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Oct 10. 2022

꽃대를 꺾으면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 #군인도잘모르는군대이야기

4. 꽃대를 꺾으면 꽃이 죽는다.

봄, 가을이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마음을 뒤흔든다. 아름다움 앞에서 남녀노소 모두 한컷의 사진에 생기를 담는다.

부푼 꿈을 안고 군 간부로 입대한 청춘은 꽃처럼 밝은 기운으로 군문에 들어선다.
군사교육이 끝나고 자대를 배치받아 첫 대면하는 나의 지휘관과 부하들.
낯선 그들의 향기가 익숙해질 때쯤이면 어느새  내가 그 지휘관이 된다.

지휘관은 부대 전반에 걸쳐 지침을 주고 방향을 정해준다. 때론 임무를 위해 조치한 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지기도 한다.

군에 온지 2년된 A간부가 있었다. 체육을 전공하고누구보다 성실히 일을 하던 인기도 좋았다.
낮에는 업무전화로 협조를하고 밤에는 문서를 정리하던 워커홀릭이었다.
한편 그 부대 대대장은 꼼꼼하고 입이 거칠어 두번은 만나고 싶지않은 지휘관 이었다.

어느날 여단장이 대대를 현장방문하는 일정이 잡혔다.
대대장은 여단장에게 보고할 각종계획과 지침을 A간부에게 주었다. 보고서를 끝낸 그 간부는 대대장 검토를 마치고 내일을 위해 퇴근을 했다.
계획된 시간에 여단장은 대대로 왔고 보고가 시작되었다.
''대대는 이번 여름 ㅇㅇ지역까지 진지를 정비합니다. 완성도를 높이고자 1개월간 하고 그곳에서 중대별 전술훈련을 하겠습니다.''
여단장은 ''병력들 힘들어 죽겠다. 공사는 2주만하고 정비후 훈련을 해라. 계획이 너무 무리한것같다.'' 며 지침을 주고 부대를 떠났다.
떠나는 여단장 차를 바라보던 대대장 표정은 구겨져 있었다. 대대장은 A간부를 보며 ''내가 이렇게 하지 말라 했잖아.니가 맘대로 해놓은 거잖아! 여단 과장에게 니가 지침을 잘못해석한 보고서다 라고 얘기해라.'' 며 A간부에게 책임을 떠 넘겼다.
다음날 아침회의는 고양이 앞에 쥐들처럼 경직된 분위기로 대대장이 입을열었다.
''A중위 똑똑하다고 뽑았는데 엉성하다. 대대장이 어제같이 모욕감을 느낀적이 없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벽보고 손들고 있어''라며 지시했다.
A중위는 많은 간부 앞에서 30분간 벽을 보고 있었고 1주일뒤 탈영을 했다.
장기복무로 군을 사랑하겠다던 그 중위의 꿈이 죽은것이다.

양파에게 욕을 하면 잘 자라지 못한다는 실험결과가 있었다.
인격도 없는 생명도 그런데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 인간은 어떻겠는가?

한창 잘 자라는 꽃도 꽃대를 꺽으면 죽기 마련이다. 집에서 키우는 꽃에 죽지 말라고 영양제도 주고 물도 갈아준다.
지휘관은 영양제와 물처럼 부하를 사랑해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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