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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Oct 19. 2022

#타천군탈 1화  슬픈 눈 빛을 외면한 대가


1화  슬픈 눈 빛을 외면한 대가


'중대장님! 신병이 목을 맸습니다. 용대가 목을...'


정확히 알아 들었다. 어제 오후 순찰 중 보았던 그 눈 빛이 뚜렷이 보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좀 들어 주십시오'


왠지 모를 슬프면서도 거칠 것 없는 그 눈 빛을, 그런 싸인을 보냈고 김대위도 알았다.


'내가 지금은 바쁘니 내일 오후에 다시 올게'


먼저 간 이등병과 김대위가 이 세상에서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소대장 휴가 대리근무를 하는 행보관을 통해 김대위를 부른 것이다.


'알았어요!'


'전원 투입하는데 안 보여 찾아 봤더니 취사장 공사하는데서...'


'지금은?'


'내려 놨습니다.'


'상황보고는? 나머지 아이들은 요?'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막사에 모아 두었습니다.'


'아침 식사 준비시키고 고참 네 명 뽑아 남북으로 두명씩 투입해 철책 확인 시키세요.'


주변은 정적만이 흘렀다. 다들 토끼 눈이 되어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대대 연결해!'


'통신보안! 한 마리 잡아 휴가 가자! 철통 경...계'


'상황실 연결해!'


'통신보안! 한 마리...'


'상황장교 바꿔!'


'통신보안! 상황장교 정보장...'


'화진포 중대장이야!

대진 소초에서 이등병이 목 매었다.

대대장님 어디 계셔?'


'예?'


'어디 계시냐고?'


'수, 순찰 중이십니다'


'보고 드려라! 명파에서 현장으로 이동한다!'


눈치 빠른 상황병이 담배를 꺼내 주려한다.


'차 대라'


'평소대로 해라!'


담배 한 모금이 깊다. 길게 내 뿜는 연기 사이로 검은 색 바다 위를 가로 지르는 작은 배 들의 불 빛이 흔들린다.  


'이제 저 불 빛 볼 날도 몇 일 안남았구나! 내년이 임관 5년차지. 군 생활이야 전역하면 되는거고... 대진 소초 애들과 소대장, 중대원들이 조사 받는라 고생할거고, 행보관 원사 진급은 날아가고... 군사경찰, 감찰 등 5부 합동 조사 받으려면...  집에는 뭐라 말하지?...  '


김대위의 머리가 복잡하다. 방금 전 죽은 강아지 생각도 났다. 순찰차에서 내리자 상황병이 도열하고 있다.


충성! 근무 중 이상없습니다! 현재 소대장은...'


브리핑을 들으며 막사로 들어가는데 늙어 털이 빠진 개 한 마리가 훽 하고 막사 안으로 뛴다.


'저건 뭐야? 잡아!'


'예! 알겠습니다!'


옆에 서 있던 취사병, 상황병, 운전병 들이 후다닥 뛰어 들어간다.


'너희들은 뭐하는 놈들이야! 옴 있다고 막사에서 개 치우라는 소리 못 들었어?'


'죄송합니다.'


'엎드려!'


'그 녀석이 그리 좋아? 치우란지가 도대체 언제인데, 소대장 너는 지휘보고로 치웠다고 했잖아?'


'그게~~...  죄송합니다'


생활관에서 왁자지껄 하더니 금새 잡아 온다.


'옴 옮기지 말고 밖에서 자유롭게 살지!

이 놈아 어이해 몸에 병균을 묻히고 사냐?


너도 늙었구나! 지금 나이가 몇 살이니?


이제 벌을 줄게. 살짝만


해안 경계작전 들어오기 전부터 보았던 아이를 김대위는 보았다. 친숙한 눈동자를 가진 강아지! 열 몇 살이니 인간의 나이로 환산해 보니 78세다. 털도 빠지고 냄새도 못 맞고 이승의 삶이 거의 끝나는 상태로 보인다.'


목줄을 벤치에 묵는다. 힘이 없어 보인다.


'묶었어?'


'넵! 단단히 단디 묶었습니다'


'나뭇가지 꺾어 와'


운전병이 후다닥 잔가지 하나를 꺾어 왔다.


'야! 이거 횟초리야? 장난하냐? 엎드려!'

 옆으로 홱 던졌다. 동시에 분대장이 잽싸게 각목 같은 굵은 나뭇가지를 가져 온다.


'너희 자식들 말 되게 안듣는다! 이런 씨~~~'


김대위가 막대기로 강아지를 툭 치자 깨갱 소리도 없이 푹 스러진다.


'헉 죽은 것 같습니다. 이건 뭐야?'


뭔가 섬짓한 느낌이었지만 중대장 가오가 있지. 별일 아닌 것처럼 막대기를 던지며 돌아섰다.


'치워라!


'예. 알겠습니다. 치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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