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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Oct 24. 2022

#타천군탈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

눈으로 말해요 2022 1017

설악의 아침 내음을 맞는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쫙 다려진 전투복의 날선 주름, 반짝 거리는 다림질의 흔적이 흐트러진 머릿 속을 정리해준다. 현관 앞에서 사단장님이 나오시길 기다리며 대기 중인 운전병을 확인한다. 뒤로 보이는 울산바위가 오늘따라 더욱 가까이 보인다.

'어험~~'
'편히 쉬셨습니까?'
'그래! 거는 잘 있나? '
 '옛? .... '
거? 잘 있나? 누구지? 지난 번 친구 분 아들은 후송갔고 부모님 안부를 묻는 건 쌩뚱맞고? 뭐지?

차는 위병소를 통과하고 벙커 앞에 선다.
'충성! 부대 이상없습니다 '
'그래, 수고했다'
'오늘 기상은 양호하고 헬기 운행에 제한없겠습니다.'
'알았다'

출근 전 지휘통제실에 확인해 이미 보고한 사항이다. 상황보고 내내 '거는 잘 있나?'가 머릿 속에 반복된다. 뭐지? 눈 빛, 헛기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뭘 의미하는지 알아차리는데 모르겠다. 본청으로 걸어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집무실 앞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고 한 쪽으로 당번병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추~웅 성!
고개를 끄덕이시고 들어 가신다. 좌향 좌, 눈 앞에 보이는 최중위 책상 너머로 붉게 물든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잠시 후 책상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 잔이 놓이는 소리가 들린다. 도통 모르겠다.
'부관님! 편히 쉬셨습니까? '
 '어 어? 그래, 너도 잘 쉬었지? '
' 저 이거~~~ 아침에 원주시장 부속실에서 전화왔습니다'
'알았다'

사무실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시장 부속실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으~음, 우지선씨 계십니까?'
'우지선씨 오늘 휴가입니다. 혹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메모 남겨드리겠습니다.'
'아~~네~~, 알겠습니다'
쪽지를 다시보니 전화번호가 다르다. 집이다.
'여보세요'
'으 음'
'기다렸는데'
'휴가라며?'
'몸이 안좋아서'
'어디 아파?'
'오늘 바빠요?'
'아니'

삐 익~~~, 인터폰이 울린다.

'잠깐만, 이따 전화할게, 찾으시네'
'부관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찰칵.

'거~~  그거 어떻게 되고 있나?'
'예, 척산 온천 사장이 다음 주내로 위문 온다고 했습니다. 수요일이 어떠냐고 해서 전술토의가 계획되어  제한된다고 했습니다.'
'그래, 전투체육은 해야지'
'목요일 1430 경에 차담하시고 운동하신 후 설악항 상원이네 집에서 만찬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장은 직할대 위문하고 미리 가서 대기하는 것으로 조율 중입니다. '
'알았다'
'가족은?'
'사모님은 금요일 오전에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추가적으로 사모님께서 사단장님 회식과 담배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
'회식은 지난 번 다녀 가신 후 주 1회 정도하시고 담배는 제가 요즘 안가지고 다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너무 티나는 거 아이가?'
'당번병, 운전병 교육도 단디해 두었습니다'
'좋아. 굳'

이때다 싶어 이런저런 애매한 보고를 드리고 결심을 다 받았다. 하루 일과 끝이다.

룰 루 랄 라 나와보니 참모들이 결재 대기 중이다.


#타천군탈  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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