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as Apr 26. 2023

돼지 ㄱ

돼지껍데기   190430
- 먹기 싫던 게 먹고 싶은 게 되고 -

돼지껍데기! 엄마의 아들 사랑!

일반적으로는 이 둘은 무관한 듯 하지만 내게는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다. 언제부터인가 근무지를 옮기면 돼지껍데기, 돼지 부속집부터 찾기 시작했다. 간판만 봐도 반갑다. 가는 길에 보이면 위치를 외워 놓는다.

여기 동해안 와서는 아직 보지를 못했다. 원재료를 파는 곳도 못보았다. 분명 어디인가 있을 것이다. 단지 내가 모를 뿐!

돼지껍데기!
말 그대로 돼지고기 중 껍데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국어사전에는 '껍데기는 겉을 싸고 있는 딱딱한 것'만을 한정하기 때문에 '돼지껍질'이 표준어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돼지껍데기가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그것은 가끔 생각나는 음식이다. 어릴적에는 아주 싫었다. 돼지고기에 붙어 있던 비계, 거기에 또 붙어 있던 먹을 수 없던 껍질. 가끔은 빨간색 도장 자국과 털도 붙어 있었다. 보는 순간부터 식욕을 싹 가시게 했다. 요즘 같으면 다이어트 식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그 껍질을 가죽이라고도 한다. 돼지도 가죽이 있는 지 모르겠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가방에 쓰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너무 얇아서 소재로 쓰기가 어려울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여성 가방에 안쓰인다해서 무시하면 안된다. 피부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여성들이 이 껍데기를 들고 다니지 못하니 먹거나 온몸에 발라서라도 같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이 천덕꾸러기는 몇 년 전부터 또 다른 형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껍데기에 콜라겐이 다량 함유되었다는 미신(?)이 TV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아줌마들은 그것으로 피부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콜라겐을 먹든 피부에 바르든 인체에 콜라겐이 흡수되는건 아니다. 먹거나 바르면 이뻐진다는 믿음, 이쁜이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모르겠다.

맛은 어떤가? 돼지고기 부위 중 비계처럼 아직은 잘 먹지 않는 부위다. 누군가는 '진정한 미식가는 비계를 잘 먹을 줄 알아야한다'고도 했다. 게다가 푹 끓이면 젤라틴, 더 푹 끓이면 아교의 원료가 된다. 하지만 몇몇 경우 이것만 따로 벗겨서 숯불이나 프라이팬에 구워 먹거나 볶아 먹기도 한다. 비오는 날 소주 안주로 제격이다. 궁합이 맞다.

그래서일까? 40대를 넘기면서 점점 애뜻해지는 음식이다. 어릴 적 처음 먹던 느낌은 맛도 식감도 아니었다. '엄마는 가끔 후라이판에, 김치찌게에, 냄비에 담아주셨다. 다른 친구들 도시락을 보면 돼지 살고기도 많던데...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돈 없는 30대 초반의 엄마는 한 참 먹성이 터진 아들 녀석들에게 무엇인가 고기를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쥐꼬리만한 남편 월급으로 월세, 육성회비, 연탄, 전기세, 쌀 값 등등 쓸 곳이 오직 믾았을까? 아마도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맛 없다고 투덜거리고...
그래서 그런지 양념을 찐하게 하셨던 것 같다. 고기 맛을 못내니 양념으로 숨겨서라도 먹이고 싶었을 것이다. 원하는 걸 못 먹이는 엄마는 몰래 눈물을 훔치적도 한 두 번은 아니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 어려운 가정사정은 그 곱디고운 귀한 딸, 꿈많던 소녀, 피붙이에 대한 완전한 사랑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고 엉엉 소리내어 울게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풍파에 시달려 눈물도 많이 마르신 것처럼 보인다. 어쩌다 해 달라 조르면 맛도 없는 것이라 단호히 말씀하신다. '저 어릴 때는 왜 그리 많이 해 주셨냐?' 여쭈면 그 때는 맛이 있었고, 요새는 중국산이 거의 대부분이라 몸에 않좋다고 얼버무리신다. 화제를 바로 돌린다. 서로 어색해서일까?
이제는 돼지껍데기를 보면 엄마를 대신해 내 눈시울이 적셔진다.

그 젊은 엄마가 해 주신 돼지껍데기를 먹고 싶다. 엄마의 사랑이 묻어있는 돼지껍데기를 먹고 싶다. 그 때는 먹기 싫던 것이 이제는 먹고 싶어졌다. 연세 지긋한 부모님 세대가 그 예전 살 밥 대신 드셨던 보리밥이 별미가 된 것처럼...
돼지껍데기는 엄마의 눈물 어린 아들에 대한 사랑!
그 자체이다.
아직도 엄마의 어린 아들인가 보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도 엄마에게 나는 아직 어린 아이다.

작가의 이전글 인향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