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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Apr 28. 2023

Welcome to my world 나의 세계로 오라

https://youtu.be/B2AdhT9D0Sk

선물 같은 하루 230428
 
“선물 같은 하루 잘 보내고 와요”
 
출근을 위해 아파트 문을 열고 나서는데 들리는 소리다. 돌아보니 아내가 따라 나와 살짝 미소를 띄우며 바라본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다. 잠시 머뭇거리며 쳐다보다 문을 열며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선물같은 하루라...’
 
요즘은 선물 같은 하루가 아니라 지옥 같은 하루의 연속이었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출근길에 몸을 맡기고 막히는 도로를 투덜거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도 눈을 늦게 떴다. 짜증으로 가득한 머릿속을 헤매다 잠이 들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겨우 일어나 입속으로 투덜거리기도 했다.
 
‘아 그냥 이대로 계속 있고 쉽다’
 
요란한 알람 소리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무거운 담배 연기가 허공에 흩어진다. 요즘 나의 하루는 담배 연기에 가려진 자욱한 햇살처럼 보인다.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봐도 개운함은 없다. 그저 움직일 뿐이다. 휴대폰을 보니 6시를 갓 넘겼다.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서둘러야 한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젠장, 방금 누가 탔는지, 위에서 내려오려는지 2라는 숫자와 위쪽을 향하는 화살표가 보인다. 뭐 되는게 하나도 없다. 요즘은 모든 게 이렇게 꼬이기 일쑤다. 한참을 기다리니 다시 2라는 숫자가 보인다. 그래도 어떻게 인상을 쓰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억지 미소를 머금어 본다. 처음보는 사람이 나온다. 평소대로 인사를 한다.
 
“좋은 하루 되세요”
 
사실은 나보고 하는 소리다. 오늘은 좀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 처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들어오는 짧은 시간인데도 짜증부터 난다. 하지만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삶의 원칙대로 다시 미소를 연습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벌써 식탁에 뭔가를 올려놓았다. 조그만 유리 케이스에 가래떡과 삶은 계란 반쪽짜리 두 개, 재활용 플라스틱 커피 컵에 사과 조각들이 보인다. 그 옆에는 종이컵 하나.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마시는 믹스 커피를 미리 넣어 두었다. 따스한 물만 부으면 끝이다. 대충 씻고 가방을 둘러 매고 나서려는 한다.
그때 들리는 아내의 오늘 첫마디다.
 
“선물같은 하루 잘 보내고 와요”
 
어느 시인의 선물 같은 하루가 들어간 시구가 머리를 스쳤다.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현관문을 닫으며 다시 한번 아내를 돌아보았다. 나를 보고 있었다. 문이 닫히는 것을 보는 것인지, 그저 동작이 굼떠서 그대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마주친다. 참 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수 많은 생각이 왔다가 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니 1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12라는 숫자와 아래쪽을 향하는 화살표가 없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선물 같은 하루라....’
 
되새기며 차를 운전한다. 주차장을 나가는 순간, 앞을 막는 차도 그럴 수 있는 것이고, 아파트 단지에서 나가는 순간, 신호등에 걸리는 것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휴대폰을 열어 유튜브를 눌렀다. 첫 추천 영상이 예전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 송을 모아 둔 것이다. 첫 곡부터 마음에 든다. ‘Adieu Jolie Candy’라는 곡이다. 마치 지금까지의 내 감정과 아름답게 안녕하자는 것처럼 들린다. 꿈보다는 해석이다. 노래야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지면서 갖는 아쉬움을 노래했지만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피식 웃자니 뒷 차가 신호 바뀌었으니 가라고 한다. 다음 곡이 흘러나온다.
 
‘그렇지! 누가 뭐래도 내게는 나의 세계가 있지, 왜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 덫에 걸려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Welcome to my world’
 
Welcome to my world
Won't to come on in
Miracles, I guess Still happen now and then
 
Step into my heart
Leave your cares behind
Welcome to my world

Built with you in mind
Knock and the door will open
Seek and you will find
Ask and you'll be given
The key to this world of mind
I'll be waiting here
With my arms unfurled
Waiting just for you
Welcome to my world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길고 막히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출근길이 오늘따라 막히지도 않는다. 날은 또 얼마나 좋은지, 사무실까지 어느새 도착했다. 주차도 한 번에 간단히 한다. 어떠한 상황이 일어나고 그것이 원하던, 그렇지 않던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 평소에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을 낭비하던 때와는 많이 다른 듯하다. 이것저것을 정리하며 잡다한 일들을 처리했는데도 시간이 아직 9시도 되지 않았다. 집중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운다. 사람의 말 한마디, 생각의 변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을 깨우친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왜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일까? 지옥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며 노력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그저 얼른 여기서 벗어 나기만을 바랬다. 시간이 약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한 숨 돌리며 커피도 한잔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 인간들이 아침부터 울상인 표정으로, 때로는 시큰둥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마 어제까지 글들 눈에는 나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제까지 보았던 이름 모를 분홍 꽃도 오늘은 달라 보인다. 맑은 햇살을 받아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잔뜩 물이 올라가는 연록의 용솟음이 청춘이다. 누군가 처도 보는 것 같아 눈을 돌려 보았다. 눈인사를 하니 뭔지 모를 서운한 표정이다. 이어폰을 빼며 인사말을 건네었다.
 
“좋은 아침~”
“넵, 좋은 아침입니다”
“표정이 왜 그래요?”
“.....”
“편하게 말해 보시오”
쫌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아까는 인사를 드려도 본 척도 안하셔서....”
“아~ 그랬네, 미안 미안”
“내가 그렇다고 이렇게 표정이 안좋을리는 없을꺼고, 뭔 일이 있었요?”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어 한참을 대화했다. 그러던 중 툭 받은 질문!
“오늘은 평소와 달라 보이십니다. 뭐 좋은 일 있으십니까?”
“별일은 아니고 아침에 좋은 노래를 들어서 그래요, 한 번 들어 볼래요?”
 
방금 전까지 듣던 ‘welcome to my world’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해석도 해 주었다.
 
“나의 세계로 와라, 한 번 들어와 보는 게 어떨까? 기적은 지금도 가끔 일어나고 있다. ~~~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보라! 그럼 찾을 것이다. 구하라! 그러면 주어질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말이죠. 내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어떻게 보든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변화가 없죠. 내가 변해야지.”
 
나중에 하고 나니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받아들이는 친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또 질문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도 하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갑자기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동생이 전화를 한 것이다. 그 녀석도 요사이는 내게 관심이 부쩍 늘었다. 아마도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이라 미루어 짐작된다. 예전과 다르게 걱정을 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식사는 잘했냐? 어깨 펴고 힘내라! 다 내려 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 등등 잔소리 같지 않은 잔소리도 많이 한다.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같이 살자는 등...
 
짧게 통화하고 양해를 구했다. 더 대화를 하려는 친구와 헤어졌다. 아직도 몸에 베인 습관처럼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어폰에서는 아직도 그 노래가 들린다.
 
‘Welcome to my world! 나의 세계로 오라’
 
나의 세계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의 세계에서 즐겁게 살자! 이 세상을 만들어 주신 저 위에 계신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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