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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an 12. 2024

짧은 만남 긴 여운 231215


짧은 만남 긴 여운 231215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마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 걸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친구야 친구야 우린 모두 나그넨걸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을 지피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아침 ㆍ일곱시에 만나기로 했다. 겨울이라 해는 늦게 뜨고 일직 진다. 아직도 해가 뜨려면 한 참 남은 듯 하다. 평소보다 2~30분 늦은 출근이다. 하지만 목적지는 다르다. 집에서 출발해서 천안, 세종, 대전, 나주, 장성, 시간이 허락된고 계획대로만 된다면 목포까지 다녀 올 계획이다.

휴일 날 출근했다고 하루 쉬게 해 주는 휴무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마음대로 한 시간 이상 거리를 이동할 수 없기에 휴가를 내었다. 새벽부터 일탈에 대한 설레임으로 눈이 먼저 반응한다. 일어나 단장을 하고 시간을 보니 여섯시 삼십분이다. 아직도 시간이 남았다. 집안은 고요하고 밖은 창에 낀 서리가 날씨를 대변해 주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더디게 올라 온다. 누가 밤사이 왔다간 모양이다. 쓱배송이니 쿠팡이니 새벽기도니 누군가는 오고 감이 확실하다. 문이 열리자 찬바람이 쓰악하고 맞아 준다. 아직 차는 오지 않았다. 물론 그도 오지 않았다. 아파트 병풍 넘어론 달과 별이 찐한 여운의 빛을 발하고 있다.

담배 하나 물고 분리수거장 뒤로 걸어 가는 발걸음 소리만 소리만 들린다. 한 여름 그 시끄넙게 짝짓기를 위해 울부짓던 매미들의 경쟁도, 이름모를 새들의 생그런 노래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쓰악거리는 바람소리만 우렁차다. 아직은 청력이 괜찮은 모양이다. 담배 불을 붙이지도 않았는데 흰 연기가 잎에서 하얀 열기를 내 뿝는다. 내가 한 두번 기다리게했다고 지는 차 안에서 기다렸으면서... 추우니 사람의 인내심도 얼어 붙는듯 하다. 이런 투덜거림은 내 탓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살아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중대장님 전화드리면 나오시지..  이 추운데 어떻게...

여기를 보고 싶어서, 우리 첫번째 여행이잖어

죄송합니다 날이 추워서  블락 아이스도 있고  다음부터는 좀더 서두르겠습니다.

아니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여름을 회상했어. 다음부터도 천천히 오시오

농담도 참 돌려 잘 하십니다.

진담인데...

그렇게 차를 달려 내려갔다. 남쪽으로 갈 수록 날이 밝아질수록 차창에 비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좋은 날씨다. 운전을 많이 하고 다닌다는 친구여서 그런지 안전하게 그리 늦지 않게 속도를 낸다. 눈을 좀 붙이려 하는데도 안된다. 25년 전 이야기를 꺼넨다. 새벽에 나와서 축구 연습을 했다고한다. 내 덕분에.

무슨 말이오?

축구 못하는 군인은 일하는 것도 엉성하다고 했다고고 한다. 그래서 새벽 다섯시에 나와서 혼자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말을 듣고보니 반성이 되었다.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내게는 쉬운 것이 누군가에는 어렵고 힘들고 내가 재미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안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 내가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차는 어느듯 천안에 도착해. 가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시간이 좀 여유가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너무 빨리 도착한 덕분에 약 한 시간이나 여유 시간이 남는다. 간만에 보이는 호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몇해 전 자주 오던 곳이었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물었다.

Excuse me, what's name of this lake?
천호지요?
Oh~ Thank you so much,Have a good day!
감싸합니다

갑자기 전화가 진동이다. 그러고 보니 전화영어 취소한게 많아 쌓인 포인트를 쓰려고 예약해 둔 것을 깜빡한 것이다. 공부 싶지 않다. 그래도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게 생각을 가지려해도 싚지 않다. 모르는 단어도 외워야 하고 또 까먹는다. 반복되는 암기와 망각 속에서 나이 탓을 하기도 하고 나쁜 기억력 핑게로 스스로 자위도 한다. 다 변명일 뿐이다. 전화 영어 콜을 세번 밪지 않으면 결석 처리된다. 몆 번 경험해 보니 요령도 생겼다. 바쁜 시간, 수업시간을 깜빡한 순간에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있으며 통화하는 것은 꼴불견 중에서도 상급 수준이다.

헬로우?

Can you hear me?

헬로우?

Robert? Can you hear me?

I can hear you. You're voice is 3 by 3. Please  Could you speak loudly? Hellow?
I call again just a second.

Hello?

이렇게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며 열심히 일을 보고 오는 전화를 받지 않고 두번의 부재 중 전화가 찍힐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통화를 한다. 사실 전화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 사람도. 시간이 돈일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통화를 해야 돈을 벌 것이기 때문이다. 10분 통화가 끝나고 기존 약속된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고 하며 호수나 한 바퀴 돌고 시간에 맞 춰 들어 가겠다고 메시지를 넣었다. 바로 전화가 온다. 추운데 그러지 말고 어른 들어 오라고 한다. 같이 동행한 김교수가 약간 황당해 한다.

전화하셨습니까? 시간도 안되었는데...
약간은 결례라는 어조인 것 같다. 이 사람은 참 반듯하다. 배워야 한다.

사무실에 들어 가니 빨간 명찰이 달린 잘 다려진 해병대 전투복이 정면에서 맞아 준다. 바로 밑에는 전투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거는?
전쟁나면 바로 입고 나갈 겁니다. 우리는 살만큼 살았으니 북한 놈 하나라도 죽이고 가야죠. 해병대 참 재미있다. 이런 모습 그들에게서는 전혀 낯설지 않다. 나라 걱정, 먹고사는 이야기, 세상 살아가는 신변잡담을 하다보니 벌써 한 시간을 넘겼다. 빠듯하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음 약속 장소로 바로 출발했다. 다행이다. 김교수가 발까락에 힘을 약간 주는 것 같더니 비오는 겨울 인데도 얼른 도착했다. 정오를 향하는 덕분일까 이제 완전한 비만 내린다. 잠시 여유를 찾고 노래를 들어본다. 이럴 때 찬비가 제격이다.

찬비 - 윤정하

거리에 찬바람 불어오더니
한 잎 두 잎 낙엽이 지네
내 사랑 먼 길을 떠난다기에
가라 가라 아주 가라 했네
갈 사람은 가야지 잊을 건 잊어야지
찬비야 내려라 밤을 새워 내려라
그래도 너만을 잊을 수 없다
너무 너무 사랑했었다
갈 사람은 가야지 잊을 건 잊어야지
찬비야 내려라 밤을 새워 내려라
그래도 너만을 잊을 수 없다
너무 너무 사랑했었다 

한 쭉에서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그가 온다. 모른 척 고개를 돌렸더니 시간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오랫만이다. 가끔 SNS 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지만 직접 본 것은 근 10여 년 만인 것 같다. 출간된 내 착을 보고 자신의 SNS에 짧지 않은 소감도 써 준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벌써 몇 년 전이다.

특이한 군인, 대대장님

직전에 군대 얘기를 했지만 사실 군대 얘기는 꺼리는 편이다. 군대 얘기, 축구 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함부로 꺼내는 것은 마치 노래방에서 가사에 누군가의 이름을 넣어 부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군대 이야기를 쓴 책이 있다.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 이야기>.

 군대는 보안이 철저한 조직이라 워낙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걸 책으로 썼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들여다봤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놀라고 말았다.

책을 쓴 사람이 나의 마지막 대대장님이시지 않은가?
 
 대대장님은 특이한 분이었다. 어떨 때 보면 좀 엉뚱한 명령이나 과업을 지시하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조직에서는 ‘다른 거 하느라 바쁜 데 이런 것도 해야하나’ 하는 불만이 스멀스멀 피어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것이 그때 했던 엉뚱한 일 덕분에 준비되어 있었다.

고수가 바둑을 두듯 몇 수 앞을 내다보며 포석을 두는 느낌이었다. 조금 세속적인 표현을 쓰자면 뿌려놓은 떡밥들이 나중에 아다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 그러한 과정에서 일을 재밌게 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옆에서 보았다.

 대대장님의 부대 지휘는 호쾌했고 효율적이었다. 그런 작가가 쓴 책이라니 당연히 궁금했다. 나는 당연히 지휘 스타일, 노하우 같은 것들이 절도 있게 배치되어 있어 조직생활의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혹은 부대를 지휘했던 모습처럼 효율적인 인생 지름길 같은 것이 책에 담겨있지는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되려 감성적인 부분이 많았다. 오히려 군인으로서 차가운 판단 뒤에 숨겨뒀던 뜨거운 감정을 고스란히 풀어놓았던 것이다.

각 에피소드에는 육사출신 엘리트 장교로서 자부심이 독선이나 아집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 중요한 순간 부하가 실수를 했을 때의 리더로서 난감함과 해결을 위한 갈등 등 조직 내에 한 인간이 중심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비록 어떤 이야기는 오랜 시간 지나 그때의 열기는 가셨을지 모르지만 그때 남은 기억들을 나이테 같은 문장으로 남았다.

 군대만큼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세상이 부딪히고 뒤섞이는 곳에서 장교 말단부터 시작 해 30여년 조직생활을 응축해 놓았다. 이런 이야기라면 남의 군생활 이야기라도 귀를 세우고 들을만하지 싶다.

그러면서 소식과 안부를 주고 받아서인지 전혀 낯설지 않다. 지자체의 홍보담당 업무를 하고 각종 표창과 상도 받으며 여기저기 강연도 하는 유명인에게 이런 글을 받았던 기억이 나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식사를 함께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쏟살같이 지나갔다. 그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바로 또 전화가 온다. 세종시에 있는 중대원이다.

대전에서 동서를 만나다.

고향으로 가다

라면 한 그릇에 행복이

18시간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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